중견기업 파워리더 ⑩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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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의 경영철칙은 ‘恐變者 無發展(공변자 무발전)’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발전이 없다’는 뜻이다. [김경빈 기자]

이 여행사, 좀 외도를 하는 것 같다. 호텔을 직접 짓고,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같은 뮤지컬에도 투자한다. 그래서 혹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본업이 잘되니 이른바 ‘사업 다각화’를 하는 것 아니냐고.

 그게 아니었다. “본업을 더 충실히 키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했다. 박상환(55) 하나투어 회장. 그는 “문화상품을 많이 만들어 한류에 매력을 느끼는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고자” 뮤지컬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투자뿐 아니라 각종 문화 콘텐트를 직접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글로벌 문화관광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게 하나투어의 비전”이라며 “관광지를 소개하고 항공·숙박을 해결해 주는 데 머물러서는 여행업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전남 곡성군 옥과면 출신. 여행업에 몸담은 지는 30년이 넘었다. 중앙대 영어교육과 졸업 직후인 1981년, 해외에서 일하고 싶어 국내에서 제일 큰 고려여행사에 공채로 들어갔다. 8년 뒤인 98년 선후배 15명과 국일여행사(현 모두투어)를 세웠다. 이후 93년 독립해 하나투어의 전신인 국진여행사를 재창업했다. 96년에 이름을 하나투어로 바꾸고 얼마 안 가 외환위기가 닥쳤다. 당시 박 회장은 “여행업은 사람이 재산”이라는 믿음으로 한 명도 감원하지 않았다. 그게 도약하는 원동력이 됐다. 감원을 했던 경쟁사들은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전보다 훨씬 늘어난 여행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하나투어는 그때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는 한국 관광이 더 발전하기 위해 무엇보다 여러 가지 규제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규제의 사례로 카지노와 면세점을 들었다.

 “면세점이 많아지면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쇼핑 관광객이 더 많이 오게 됨으로써 국내 경제가 얻는 이익이 줄어드는 세수보다 크다면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면세점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카지노에 대해서도 보다 전향적인 생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 투자해 카지노가 있는 대형 복합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글로벌 업체가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같이 주문하는 것이 있다. 내국인, 그러니까 한국인의 카지노 이용을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난색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사후 규제를 철저히 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들어오는데 막상 한국에 오면 쇼핑 외에는 돈 쓸 곳이 별로 없다. 베이징에서 서울까지 두 시간밖에 안 걸리는데도 왜 더 먼 마카오에 중국 사람들을 빼앗기느냐. 중국인 관광객이 좋아하는 카지노를 더 만들어서 이들이 돈 쓸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자.”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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