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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관객은 싱싱한 배우를 원하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31일 연극배우 김병춘이 록 뮤지컬 '록키 호러 쇼' (26일까지 폴리미디어씨어터) 공연 도중 객석 2층에서 1층으로 줄을 타고 내려오다 착지를 잘못해 다리를 삐는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그날 부상 투혼을 발휘해 끝까지 공연을 마쳤고 요즘은 깁스를 하고 나온다. 다행히 "그래도 그가 극적 재미를 주는 역할이어서 이전이나 지금이나 내용 전개상 문제는 없다" 는 게 제작진의 해명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출연자인 신예 김선경은 연습 중 실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직전 뮤지컬 '에밀레 에밀레' 의 출연에 따른 과로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실한 배우' 들이 요즘 연극계의 입방아에 자주 오른다. 철인이 아닌 이상, 연기가 고난도이거나 고단한 연습으로 배우에게 부상과 실신이 없으란 법은 없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불상사가 너무 빈번한 것 같다. 몸으로 말하는 배우는 몸 자체가 재산인데, 자기 관리가 너무 소홀한 게 아닌가도 싶다.

이 두 사람말고도 그런 사례는 더 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간판 스타인 주성중. 건장한 체격의 주씨도 지난달 '카르멘시타' 공연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원인은 갑자기 호흡조절이 안돼 일어난 '과호흡증' 으로 밝혀졌다. 이날 공연은 취소됐고, 당연히 환불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5월엔 스타 김지숙이 '버자이너 모놀로그' 를 공연하다 이와 비슷한 일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신인급이라면 낯선 무대에다 잘 해보려는 부담감 겹친 때문이라며 '애교' 로 봐줄 수 있겠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관록의 배우가 그렇다면, 무슨 이유를 들어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자기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눈총거리일 뿐이다.

한 중견 연출가의 충고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평소 훈련을 통해 자기를 연마하는 배우를 보고 싶다. 출연이 뜸하면 마냥 먹고 마시고 놀다가 작품이 있으면, 허명(虛名) 으로 버티려는 사람이 많다.

초년병이나 중견 할 것없이 프로근성이 아쉽다. " 어려움을 겪은 배우들에게 좀 야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야속하게도 관객은 '싱싱한 배우' 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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