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감도 골잡이' 김진용을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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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보석을 발견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선수들 모두가 내 형제, 내 자식처럼 여겨지지만 그래도 (그에게)눈길이 한번 더 가는 것도 사실이고요. "

올림픽 대표팀의 김호곤 감독은 요즘 스트라이커 김진용(21.한양대)을 볼 때마다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자칫 초야에 묻힐 뻔한 선수를 찾아냈다는 자부심도 상당하다.

김감독이 그를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해 11월 말 FA(대한축구협회)컵 예선 한양대와 한남대의 경기에서였다. 비록 소속팀은 패했지만 그는 미드필드 부근에서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무려 50여m를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괴력을 보였다. 그 때 김감독의 눈이 번쩍 빛났다.

"단번에 대어급임을 직감했죠. 그런데 주위에서는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김감독은 그를 곧바로 테스트 명단에 올렸다. 그는 김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치러진 1차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한데 이어 울산에서 열린 2차 테스트에선 '통과' 정도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세차례 연습경기에서도 4골.1도움으로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을 따돌리고 공격 포인트 1위를 기록했다. 장기인 스피드를 앞세운 개인기가 탁월했고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근성있는 선수'였다.

그의 행운은 그와 맞설 만한 경쟁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현 올림픽 대표팀엔 원톱으로 나설 만큼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그 외에는 마땅치 않다.

사이드 공격수엔 이천수나 최태욱, 미드필더엔 박지성이나 전재운 등 스타급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쟁이 적다는 게 긴장감을 늦출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전 제 자신과 경쟁한다는 생각만 하기로 했어요."

신세대다운 야무진 답변이다. 신세대답지 않은 것은 그의 취미다. 그는 낚시를 좋아한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낚시의 매력이더군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가 별자리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될지, '한겨울밤의 꿈'으로 그칠지는 이제 온전히 그의 몫으로 남아 있다.

서귀포=최민우 기자

◇김진용은…

* 생년월일 1982년 10월 9일

* 신체조건 1m81cm.76kg

* 출신학교 진주봉래초-진주중-진주고-한양대

* 1백m 11초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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