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극장가] 공포와 공상

중앙일보

입력

할리우드 텃밭인 여름 극장가에 '신라의 달밤' '엽기적인 그녀' 두 편의 토종 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주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는 국내 극장가 사상 최고 예매율 기록하며 개봉 6일만에 전국 1백만 관객 동원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더욱더 한국 영화의 선전을 기대한다.

아무튼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이런 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는 공포와 공상 과학 물 감상이 제격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 극장에선 여름 땡볕을 기다렸다는 듯 공상과학 영화 1편과 공포영화 2편이 새롭게 관객과 조우한다. 공포의 서늘함과 SF액션이 주는 시원함을 만끽하며 본격적으로 찾아온 무더위를 이겨보자.

◆ 원숭이 혹성으로 새로운 여행 '혹성탈출'

우주여행 중 유인원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혹성에 불시착한 주인공의 모험을 다룬 B급 SF영화의 걸작 '혹성탈출'이 33년 만에 팀 버튼 손에 의해 다시 선보여진다. 그것도 부분 보수가 아닌 완전 개조된 채로 말이다.

새롭게 변신한 '혹성탈출'은 본 고장 미국에서 개봉하자마자 역대 주말 흥행 순위 2위를 차면서 올 여름 극장 패권을 잡을 기대주답게 스타트를 끊었다.

SF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은 '단팥빵의 앙꼬' 같은 존재다. '혹성탈출'도 SF액션 장르인 만큼 여지없이 다양한 기술의 CG가 이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빛나게 해준 효과는 CG가 아닌 특수분장. 명배우 팀 로스와 헬레나 본햄 카터의 얼굴을 이름 안 대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공들인 유인원 분장을 시키고도 정확한 대사처리, 미세한 표정변화까지도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니 그 정교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를 보고 사람 손이 CG를 이겼다고 말하는 건 좀 오버인가.

여하튼 '혹성탈출'이 CG뿐 아니라 특수분장까지 완벽하다니 볼거리는 확실한 셈인데 그렇다면 내용도 볼거리만큼 볼 만할까? 팀 버튼이 원작의 리메이크가 절대 아니라고 박박 우기지만 막상 원작과 비교해보면 원작과 신작의 차이가 '오십보 백보'로 보인다. 아니, 내용만 봤을 때 오히려 원작이 더 낫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배트맨' '가위손'의 팀 버튼만을 생각하고 온 사람들은 많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덩치만 컸지 내용은 부실한 요즘 블록버스터들 보단 개중 좀 나아보인다. 역시 할리우드 최고의 개성파 감독이란 말을 그냥 듣는 건 아닌가 보다.

아, 마지막으로 원작 '혹성탈출'의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찰턴 헤스턴이 이번에 까메오로 출연했단다. 어디 숨었나 잘 찾아보도록.

◆ 공포에도 깊이가 있다 '소름'

발 한번 '쿵쾅'거려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재개발 아파트. 그곳에 사는 주민들 전체에게 한 맺힌 죽은 이의 저주가 내려진다. 작년 무성했던 국내 슬래셔 영화들의 실패 이후 오랜만에 국산 공포 영화 한편이 스크린에 올려진다.

정통 심리 스릴러 물 '소름'이 그 주인공. 예쁜 배우 장진영의 파격적인 변신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올해 부천 영화제 폐막 작으로도 선보였다.

그러나 영화 '소름'의 무서움은 깊이가 있다. 즉, 그냥 즐기기 보다 생각하며 곰곰이 되씹어봐야 공포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좀 난해한 작품이다. 피범벅의 슬래셔나 하드 고어 장르 같은 좀 더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진 많은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차분한 공포영화 '소름'을 보고 소름 끼쳐 할 지는 미지수이다.

◆ '세븐 데이 투 리브'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은 실의에 빠진 부부. 이들은 언제까지나 이럴 수 없다고 심기일전하며 새 집으로 이사를 한다. 그러나 이 집은 원혼들이 득실대는 장소였던 것이다.

'세븐 데이 투 리브'는 공포 영화의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인 '악령이 깃든 집'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통 호러 영화의 공식을 철저히 답습하고 있는 이 영화는 소재로 봤을 때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스릴과 반전의 묘미가 떨어지진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세븐 데이 투 리브'는 크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평범한 스릴러 물이다.

한 가지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면 여 주인공 헬렌 역을 맡은 아만다 플렌이다. 자신의 삶이 7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죽음의 예언을 보고 공포에 떨면서도 그 실체를 파악해 나가는 그녀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 보다 자세한 영화 정보 읽기

◇ 개봉 예정작

  • '혹성탈출'

  • '소름'

  • '세븐 데이 투 리브'

  • '씨커'

  • 개봉예정 작품 전체 리스트

  • 상영관 안내

    ◇현재 상영작

  • '이웃의 토토로'

  • '엽기적인 그녀'

  • '파이널 환타지'

  • '캣츠 앤 독스'

  • '노랑머리2'

  • '쥬라기 공원 3'

  • '타인의 취향'

  • '슈렉'

  • '신라의 달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