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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흑사병 원인은 바이러스

중앙일보

입력

중세 시대 당시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의 원인이 검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아니라 고열과 출혈을 일으키는 에볼라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였다는 학설이 제기됐다고 ABC 방송이 31일 보도했다.

지난 1347년과 1352년 사이에 출몰한 흑사병으로 유럽지역에서는 2천500만명이 숨졌고 그 이후에도 300여년 동안 흑사병은 주기적으로 유럽을 휩쓸었다.

리버풀대학의 크리스토퍼 덩컨과 수전 스콧은 최근 출간한 <전염병에 관한 생물학>에서 에볼라바이러스와 유행성 감기와 같은 현대의 바이러스를 흑사병과 비교한결과, 유사점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 저서에서 쥐벼룩이 옮기는 선(腺)페스트는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속도로 이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덩컨과 스콧은 "중세 역사책에 묘사된 것에 따르면 흑사병은 2-3일만에 48㎞ 정도 이동했으나 선페스트는 1년 동안 91m 정도 밖에 이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선페스트와는 달리 사람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흑사병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성 질병이 흑사병의 원인이라는 근거로 바이러스성 질병 감염자들이 보여주는 증상이 흑사병 감염자와 유사한 점을 들었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열병과 함께 피부 아래 혈관이 터지면서 자국이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은 흑사병 증상과 유사하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연구진은 또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내부기관의 액화(液化) 현상도 중세 흑사병 환자들의 검시과정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연구진은 중세 사람들이 흑사병 퇴치를 위해 감염자들을 40여일 동안격리한 조치도 흑사병의 원인이 쥐벼룩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쥐의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쥐벼룩이 흑사병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40여일의 격리 기간도 흑사병의 원인이 바이러스성 질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감염이후 5-2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40여일 동안잠재적 감염자를 격리하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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