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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MBC 대하사극 '상도'의 김현주

중앙일보

입력

"처음에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앞두고는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통통 튀는 발랄한 신세대 연기자로 기억되는 탤런트 김현주(24)가 오는 10월 방송될 MBC 대하사극「상도」에서 여주인공 '다녕'역을 맡았다.

중국 베이징(北京)시 화이로우(懷柔)현 비등(飛騰)중국대만합작오픈세트장에서「상도」의 첫촬영을 앞두고 만난 김현주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몇마디질문을 던지자 어느새 생글생글한 웃음을 되찾는다. 분홍색 호복을 입고 머리를 땋아서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현대물에 출연할 때와는 또 다른 단아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주위의 사람들이「상도」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어서 부담스러워요. 게다가본격적인 사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김현주는 지난 98년 데뷔 당시 사극「전등사」에 잠시 출연한 적이 있다. 이번에「상도」에 캐스팅된 것도 연출자 이병훈PD가 이 드라마를 통해 김현주가 보여준 서늘한 카리스마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

당시 이PD는 신인탤런트였던 김현주를불러 자신과 같이 사극 한편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현주는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는 사극 안 한다"고 했다고. 이PD가 이를 괘씸하게 여긴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주가「상도」의 여주인공이 된 것은 최근이PD에게 "사실은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지만 도무지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고 털어놓은 결과다.

이날 다녕으로 변신한 김현주는 비서격인 황집사(맹상훈 분)를 비롯, 허삼보(이희도 분), 임상옥(이재룡 분)등과 함께 비단을 사들이기 위해 옌칭(燕京)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물건값을 흥정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비단은 불리는 이름만도 공단, 화단, 양단, 칠색법단, 호박단, 갑사, 문사, 진주사, 물항라, 당항라 등 워낙 종류가 많이 헤아리기가 힘듭니다. 색상이나, 무늬,직조방법에 따라 구분하는데…"

일행들 앞에서 비단에 관한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털어놓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녕은 이 드라마에서 송상(개성상인)의 거두 박주명(이순재 분)의 딸이자뭇 남성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교역과 상업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있는 상인으로활약한다. 아버지의 경쟁자인 임상옥과는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는 사이.

김현주는 "이런 다녕의 캐릭터가 몹시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자신은 한번도 당당하고 '프로페셔널'한 역할을 해본적이 없는데 뜻밖에도 사극에서 이런 인물을 연기하게됐다는 것.

이 드라마의 원작인 소설「상도」는 1권만 읽었다고 한다. 원래 전편을 다 읽을생각이었으나 "오히려 원작을 읽으면 헷갈리기 때문에 대본을 열심히 읽는 게 더 낳을 것"이라는 이PD의 조언에 따른 것.

김현주는 최근 MBC의 주말드라마「그 여자네 집」에서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영채로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고아 준희(이서진 분)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정신병까지 일으키는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 두 드라마의 촬영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영채는 저하고 비슷한 데가 많아서 애착이 가는 인물이에요. 다녕도 그렇고 영채도 그렇고 어느 역할도 소홀히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해 SBS「덕이」를 통해 단순한 신세대 스타에서 연기자다운 연기자로 발돋움했던 김현주가「상도」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게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베이징=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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