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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고수익펀드' 대형 투신사들 예약 판매 중단

중앙일보

입력

다음주 출시될 비과세고수익고위험펀드 판매에 빨간 불이 켜졌다.

투자 대상인 투기등급 채권과 CBO 후순위채를 확보하기 어려워 투신운용사들이 펀드 설정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6조원 이상이 판매돼 2조원 가량의 투기등급 채권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이 펀드는 초기 설정액이 1조원을 밑돌 전망이다.

◇ 10일부터 본격 판매=재정경제부는 오는 10일께부터 투기등급인 BB+~B 등급의 채권과 기업어음이 30% 이상 편입된 비과세고수익고위험신탁저축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1일 밝혔다.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원활히 소화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이 상품은 내년 12월 31일까지 1인당 3천만원 이하로 가입한 뒤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이자.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투신과 은행.자산운용사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자산구성이 비슷한 기존의 CBO펀드에 비해 비과세 혜택이 추가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편입할 투기등급채 '품귀'=대형 투신사들은 지난달초 고객들로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해 일찌감치 4천억원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펀드에 편입할 자산이 부족해 한달 가까이 추가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투신운용의 경우 회사 자산으로 남아있는 투기채를 바탕으로 1천3백억여원을 예약판매한 뒤 사실상 판매를 중단했다.

이 회사 정시영 채권운용팀 과장은 "30%를 편입해야 하는 투기등급 채권 중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회사채 20%를 빼고 일반 투기 등급채로 나머지 10%를 채워야 하는데, 시장에서 살만한 투기채가 없다" 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투기등급채 발행 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현금흐름이 좋고 신용등급이 안정적인 채권은 이미 하이일드펀드 등에 묶여 있다는 설명이다.

투기채 대신 편입할 수 있는 CBO 후순위채 역시 구하기 어렵다. 하반기 들어 프라이머리 CBO 발행이 전혀 없는데다, 최근 만기를 맞는 CBO펀드도 수익률이 최고 10%에 달해 환매 요구가 적다.

◇ 신규 판매 사실상 포기=삼성투신운용은 다음주 3천억원 규모의 비과세고수익고위험펀드 판매를 시작한다. 삼성투신운용은 그러나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보다는 만기가 돌아온 기존의 CBO펀드 가입자에게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상당수 중.소형 투신사는 아예 판매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중이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이미 투기채를 보유하고 있으면 몰라도 새로 구입해 펀드를 설정하기는 어렵다" 며 "몇몇 대형 투신사를 제외하고 이 펀드를 판매할 투신사가 별로 없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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