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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교토의정서 뭐길래 시끄러운가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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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 투발루라는 아주 작은 섬나라는 지난해 갑자기 일부 지역이 바닷물에 잠겨 다른 나라들에 지원을 호소한 적이 있었어요. 빙하가 녹는 바람에 해수면이 높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몇몇 지역만 골라 기습적으로 폭우를 퍼붓는 게릴라성 호우로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죽어요.

2년 전엔 중국이 된통 당했어요. 양쯔강에 대홍수가 일어나 무려 3천7백여명이 죽었고,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3분의 2가 물에 잠기기도 했어요.

이러한 세계적 이상기후는 지구의 기온이 점점 올라가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에요.

북극의 빙산 중 3분의 1이 녹았고, 1백년간 바다 수면은 20㎝ 가량 높아졌습니다. 육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선 사막화 현상이 진행됐고 말라리아와 같은 열대성 질병이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역으로 확산해 인류의 건강도 위협하고 있어요.

그래서 얼마전 유엔은 "지구 온난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인류의 파국일 것" 이라고 경고했어요.

인류가 우매하지 않은 한 어떻게 이런 경고를 무시할 수 있겠어요. 29년 전인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 인간환경회의가 열린 이후 환경회의가 계속 열린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그러다가 92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세계 1백54개 국가가 모여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어요.

세계 각국이 모여 온난화 방지가 인류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의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어요. 여기선 지구 온난화는 온실가스 때문으로 보았어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개의 가스를 온실가스로 규정하고, 이들을 줄여야 한다고 결론지었어요. 줄이지 못하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2100년까지 섭씨 0.8~3.5도 올라가고, 해수면은 5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어요.

그러나 문제는 온실가스가 인류 산업문명에 '필요악' 의 존재라는 점이에요. 전기가 없는 우리 생활은 상상할 수 없지요.

전기는 대부분 석유나 석탄을 에너지로 해서 만들고 있어요. 석유나 석탄을 때면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고,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도 발생해요.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공장을 돌리려 해도 석유나 석탄이 없으면 안돼요.

다시 말해 인류가 살아가는 데 적합한 환경을 만들려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자연히 나라들마다 욕심이 생겨, 자신은 덜 줄이려 하고 다른 나라들이 많이 줄였으면 하는 이기심이 생기겠죠. 세계 인구의 4%뿐이지만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분의 1를 차지하는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이런 국가간 이기주의를 뚫고 선진국들만이라도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도록 하는 교토의정서가 7월 23일 채택됐어요.

원래 교토의정서는 리우회의(1차 회의)에 이어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린 제3차 총회에서 채택한 것이에요. 리우회의에선 감축 노력만 합의했고, 구체적 실천방안은 합의하지 않았는데 97년 일부 실천방안을 합의했어요.

40개 선진국은 늦어도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수준보다 평균 5.2% 줄이기로 했어요.

또 배출량을 많이 줄인 선진국이나 배출량 제한이 없는 개도국들이 남는 쿼터를 선진국들에 팔 수 있도록 '배출하는 권리' 를 상품화했어요. 이산화탄소의 배출권리 시세가 요즘 1t에 20달러(2만6천원)라는 보도도 있어요.

그러나 97년 총회에선 합의가 안된 부분도 많았어요. 가령 삼림이 많은 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더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 등이 남았는데, 이런 것들이 7월 23일 독일 본에서 열린 6차 총회 때 대부분 합의됐어요.

일본은 2012년까지 90년 배출량에서 6%를 줄여야 하지만 삼림이 많아 5%를 인정받아 사실상 1%만 줄이면 됩니다. 세계 각국이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고, 미국이 아직도 동의하지 않는 게 문제지요.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55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교토의정서가 인정되기 때문에 내년엔 발효할 것 같아요.

김영욱 전문위원 youn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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