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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늠자' 미국 경제 안개속

중앙일보

입력

미국 경제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이다. 발표되는 지표마다 명암이 엇갈리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전문가들 의견도 낙관과 비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우선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동향이 헷갈린다. 지난달 31일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6월 소비 지출은 전달에 비해 0.4%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0.3% 증가)을 웃도는 것으로 긍정적인 신호로 분류된다.

그러나 유력한 민간 경제조사기구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7월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기대와 달리 하락했다. 전달의 118.9에서 116.5로 낮아진 것이다. 아울러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의 제조업 지수도 기업들의 신규 주문 감소로 전달(44.4)보다 상당히 낮은 38로 밀렸다.

최근 발표된 이런 지표들을 종합해 보면 제조업 및 정보기술(IT)분야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 지출이 경기의 추락을 막아주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것이 기업 실적 악화다.

기업 수익 조사회사인 퍼스트콜/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평균 17%나 감소했다. 그 중 인텔 등 IT업체들의 수익은 66%나 급감했다. 게다가 3분기 실적을 예고한 3백31개 기업 가운데 64%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자연히 실업률은 오름세다. 6월 한달에만 11만4천명이 해고돼 4.5%를 기록한 실업률이 7월엔 다시 4.7%로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일단 현재 경기가 최악의 국면은 지났으며,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감세정책에 따라 이달부터 세금이 환급되고, 상반기에 단행했던 금리인하의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유럽도 최근 경기 급락에 당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영국의 2분기 성장률은 98년 4분기 이후 최저인 0.3%를 기록했다.

일본도 자민당의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가 16년 만에 최저치로 밀리고, 오는 9월 말 금융기관 결산을 앞두고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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