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본 개혁안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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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수위의 재벌 금융개혁 방안에 대해 재계와 금융계가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거나, 현실을 도외시한 규제가 많아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 H그룹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를 강제 시행하는 국가는 러시아와 멕시코.칠레 정도"라며"법률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확대도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금도 사외이사로 뽑을만한 인재가 많지 않아 기업들이 사람 찾기에 무척 애를 먹고 있다"며 "사외이사가 늘어나면 경영의사 결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사들의 보상 내역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프라이버시 침해의 우려가 있는 데다 궁금증을 풀기보다는 되레 노사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자유기업원은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활성화와 관련,"올해 9조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 대부분이 정부의 지시를 받는 기관이어서 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선임연구위원은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연기금의 지배구조부터 개선한 뒤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서면.전자투표의 의무 도입도 반대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서면.전자투표 의무 도입을 입법화하지 않고, 일본은 자본금 5억엔 이상 기업만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면투표는 적대적 인수.합병 등 경영권 분쟁에 악용될 수 있고, 전자투표는 투표 과정의 에러와 결과 조작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에 대해 전경련은 "출자총액제한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정위 관계자도 "동종업종 출자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개별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계열분리 청구제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징벌적 성격의 조치"라며 "외국에는 선례가 없다"고 말했다. 또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경우 재계는 '과세 대상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헌법의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며 맞서고 있다.

은행 대주주의 신용공여 한도를 축소하는 것에 대해 전경련은 "한도를 폐지하거나 일본 수준인 40%로 높여야한다"는 입장이다. 제2금융권 대주주의 주식보유 한도 신설에 대해 국민은행 경제경영연구원은 "선진국에도 2금융권 소유제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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