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191개 기관 정체 아리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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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사업법에 근거해 설립된 전기안전공사는 전기설비 검사 등 전기안전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소방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소방검정공사는 위험물 저장탱크 안전검사 등을 독점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더 잘할 수 있는데도 정부 산하기관들은 정부에서 업무를 위탁받았다는 이유로 특정 사업을 독점, 민간은 아예 참여도 하지 못하는 장벽을 치고 있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http://www.fki.or.kr)는 주장한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지난해 거둔 교통안전분담금은 7백27억원이며, 해양오염방제조합은 1999년 해양오염방제분담금을 1백82억원 거뒀다. 이렇게 각종 부담금.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기업이 부담한 돈이 99년 6천여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납부한 총 세금의 8%가 넘는다. 전경련이 30일 '정부 산하기관 관리기본법' (가칭) 제정과 산하기관들의 재정비를 촉구한 것은 민간진입 규제와 준조세 부담이 주된 이유였다.

◇ 정부 산하기관 너무 많아=전경련은 그 수나 규모.기능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회색지대' 의 정부 산하기관이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통칭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정부 출연.투자기관과 이들의 자회사 등은 그런 대로 숫자가 파악된다.

그러나 조합.협회.공단.공사 등의 이름 아래 정부 업무를 위임받고 지원도 받는 기관들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유일한 자료가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998년 밝힌 자료다.

이 자료에서 드러난 이른바 '회색지대' 기관은 1백91개, 종사자는 5만5천명이다.

공기업까지 포함하면 전체 정부 산하기관은 5백52개, 예산은 1백43조원, 종사자수는 38만6천명이나 된다.

중앙정부보다 예산.인력이 모두 더 많은 규모다. 그런데도 이런 기관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은 투명행정에 배치된다고 전경련은 보고 있다.

◇ 파생되는 문제점= '회색지대' 기관들은 각종 특별법에 의해 설립됐기 때문에 민간기업은 아예 이들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경쟁을 촉진해야 할 정부가 경쟁을 배제함으로써 민간은 값싸고 질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또 산하기관들은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에서 각종 회비나 출연금을 받는 등 막대한 준조세 부담을 주고 있다.

전경련은 또 '회색지대' 기관들의 구조개혁 없이는 공공부문 개혁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제 대민 접촉이 이뤄지는 곳은 이들 '회색지대' 기관들인데도 정부의 공공개혁 대상에서는 대부분 제외돼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1백76개, 올해 2백14개만 경영혁신 대상기관으로 지정했다.

제대로 감시.감독이 되지 않음으로써 정부 예산이 낭비될 소지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산하기관 등에 지원한 출연금과 보조금은 정부 일반회계의 6%에 가까운 11조원이 넘는다.

◇ 대책〓전경련은 우선 정부 산하기관의 규모와 기능부터 제대로 파악.공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산하기관 관리 기본법' 제정과 '정부 산하기관 백서' 의 발급이 시급하다고 본다. 그래야 산하기관의 경영이 투명해지고,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김영욱 전문위원 youn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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