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글로벌 스탠더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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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이 과제 하나만을 택한다면 역시 경제다.

일본은 1983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뒤 10년 만인 92년 3만달러를 달성해 확고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우리는 95년 1만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으나 외환위기로 지난해까지 5년째 1만달러를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좋지 않다. 북핵 문제가 계속되고 있고,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아직 우리와 보완관계다.

그러나 곧 경쟁 관계로 넘어가면서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10~15년 안에 중국이 넘볼 수 없는 분야에서 새로운 국가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는 큰 제약이자 부담이다. 고령화는 성장 잠재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 층(20~64세)이 노령층(65세 이상)을 부양하는 비율(인구수 비교)은 2000년 12%에서 2025년에는 32%로 높아진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행히 우리는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기반이 강한 편이다.

생명공학.정보기술(IT).금융 등도 상대적으로 괜찮다. 지정학적 우위도 강점이다. 대중국 서비스센터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결국 다국적기업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이 경쟁에서 상하이.홍콩 등에 지면 변방국가가 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선택이 아닌 당위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우리 경제 현실의 차이는 너무 크다.

서둘러 국제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경제는 후퇴할 것이다. 앞으로 10~15년 내에 확실한 성장 동인을 붙들지 않으면 안된다.

동북아 중심국가가 그 대안이다.

한국이 물류.금융.비즈니스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를 목표로 세우면 앞으로 해야 할 일, 벤치마킹 해야 할 국가 등이 명확해진다.

동북아 중심지가 되려면 노사.세금.법.생활환경.교육.의료 등 온갖 것을 다 고쳐 선진화해야 한다. 1류기업들의 낙원을 만들어준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목표를 정해놓고 일관되게 나가야만 가능한 일이다.제대로 된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부터 정립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과 안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만 국제 경제권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국제협력의 틀을 놓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사관계 안정은 필수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동 경직성은 폴란드 다음으로 높다. 그래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난다. 노사정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이고, 경영 투명성 강화를 수용해야 한다.

규제 완화는 이제 과거 정부에서 하던 것처럼 완화 건수를 세는 식으로는 안된다. 정부가 하라는 것 외에는 못하게 돼 있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정부가 못하도록 한 것 말고는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확 바꿔야만 한다.

세제와 세율도 전반적으로 고쳐야 한다. 경쟁지역보다 세율이 높아서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일 수 없다. 단일세율도 검토해보기를 권한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이같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고 경제의 새 틀을 놓는데 애를 써도 임기 중엔 큰 성과를 못 거둘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고 이익집단의 저항에 부닥칠 수도 있다.

결국 대통령 본인이 확실한 신념과 비전을 갖고 직접 국민들을 설득하며 끌고 가야만 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취임 초기에 경제의 틀을 놓는데 실패하면, 새 정권도 내내 고생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도 흐려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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