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숙박시설 동거’ 울산시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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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활용도가 낮은 문수축구경기장의 3층 관람석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유스호스텔을 짓기로 했다. 축구장과 숙박시설이 결합한 경기장 조감도. [사진 울산시]

지난 5월 열린 울산시 간부회의 자리. 박맹우(61) 울산시장이 “이대로 가다간 콘크리트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위해 남구 옥동에 1514억원을 들여 지은 문수 축구경기장을 두고 한 말이다. 박 시장은 “월드컵 때를 제외하곤 4만4102석의 경기장을 한 번도 반 이상 채운 적이 없다. 애물단지가 따로 없다”며 간부들에게 활용방안을 요구했다.

 문수경기장은 지하 2층, 지상 3층(전체면적 8만2781㎡)의 국제규격 축구장으로,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2001년 지어졌다. 1539대 분의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증한 천연잔디가 깔려 있어 어느 때고 국제경기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뒤부터 놀리다시피 하고 있다. 공식경기로는 매년 K리그 경기가 열리는 한 달 정도만 관중의 함성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회용 축구장으로 변했다. 지난해의 경우 28차례 K리그 경기가 펼쳐져 26만9551명의 관중이 찾았을 정도다. 지역 축구동호인들이 경기장을 가끔 빌려 사용하지만 활용도를 높이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만 1억7382만원의 적자가 났다. 임대 등 활용도가 낮은 데다 잔디 관리와 경기장 청소, 전기료, 인건비 등은 꾸준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5월의 간부회의 이후 고민 끝에 울산시가 새로운 활용방안을 찾아냈다. 울산시는 문수경기장의 관중석 위에 유스호스텔을 짓겠다고 28일 밝혔다. 125억4000만원을 들여 2014년 말까지 경기장 3층 1만7000석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80실의 유스호스텔을 짓는다는 것이다. 유스호스텔은 2∼3인실, 6인실, 10인실, 가족실로 꾸며진다. 중·대형 회의실(2개) 등도 갖춘다.

 유스호스텔은 청소년들이 건전한 여행과 수련활동을 위해 적극 장려하는 국제적 숙박 시설이다. 호스텔 안에서는 셀프서비스와 금주, 시간 엄수 같은 규율을 지키고 관리자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유스 호스텔 협회의 회원은 싸게 전 세계의 가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축구장에 숙박시설이 결합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일본 오사카 나가이 축구장에 숙박시설(15실)이 있는 게 유일한 사례다.

 울산시는 유스호스텔이 문을 열면 연간 5억37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단의 전지훈련, 학생들의 수학여행과 수련장소로 많이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 반응은 긍정적이다. 울산시가 지난 8월 9일부터 22일까지 시민 300명과 체육 관계자 50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시민 54%, 체육 관계자 6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박 시장은 “관중석이 늘 비어 썰렁하게 경기를 하는 문제와 경기장 운영적자, 울산의 만성적 관광 숙박시설 부족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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