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미셸 위도…" 우즈 놀래켰던 소녀 장하나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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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가 28일 KLPGA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5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에 키스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2004년 11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 이벤트 대회. 국내를 처음 방문했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7·미국)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한 소녀의 드라이브 샷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소녀의 이름은 장하나(당시 12세). 280야드에 달하는 장타를 펑펑 뿜어내는 장하나를 본 우즈는 “미셸 위도 이 나이 때 이렇게 치지는 못했다. 대성할 재목”이라고 극찬했다.

 우즈의 예언이 들어맞았다. 프로 2년차 장하나(20·KT)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장하나는 28일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 코스(파72)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기록해 최종 합계 5언더파로 우승했다.

 경기 초반 장하나는 코스에 불어닥친 돌풍에 고전했다. 2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했지만 전반 9홀에서 3타를 잃고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홀로 알려진 12번 홀(파3·193야드) 버디로 분위기를 확 바꿨다. 우승 후보들도 돌풍에 줄줄이 무너진 틈에 공동 선두로 올라선 장하나는 이후 신바람을 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강한 바람에 거리 계산과 클럽 선택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장하나는 힘이 실린 임팩트로 바람을 뚫었다. 장하나는 13번 홀부터 6개 홀 연속 파의 안정된 플레이로 김하늘(24·비씨카드), 양제윤(20), 김현지(24·이상 LIG)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장하나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45승을 거두며 ‘여자 골프계의 잠룡’으로 불렸다. 지난해 프로 데뷔와 동시에 돌풍의 핵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성장통을 겪었다. 지난해 상금랭킹 32위에 그쳤고 올해도 상반기 대회에서 한 차례만 컷을 통과했다. 장하나는 “상반기를 마치니 상금랭킹 89위였다. 어린 시절부터 너무 주목받으면서 거만했었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안 되겠다 싶어 10년 전 스윙 코치와 멘털 선생님에게 찾아가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전반기 최악의 부진이 약이 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우승 상금 1억4000만원을 받은 장하나는 상금랭킹 8위(2억5329만원)로 뛰어올랐다. 준우승을 차지한 김하늘은 허윤경(22·현대스위스·4억424만원)을 1874만원 차로 제치고 상금랭킹 1위(4억2298만원)로 올라서 남은 3개 대회에서 치열한 상금왕 경쟁을 예고했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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