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 사라진 대선 캠프선 지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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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경환·이주영 의원, 조윤선·김호연 전 의원이 각각 기부 최고 가능액인 1000만원을 박근혜 후보 후원회에 기부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치른 9월 당 경선전 땐 문용식 당 디지털캠페인본부장이 문 후보 후원회에 1000만원을 냈다.

중앙SUNDAY가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두 후보의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 후원회 회계보고서 ’ 내용이다. 두 후보는 이 자료를 각각 9·10월에 제출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대선 경선을 치르지 않아 선관위 보고 내용이 없다.

박 후보에게 최고액을 기부한 전·현직 의원들은 당시 캠프에서 주요직을 맡았던 박 후보의 최측근들이다. 최 의원은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 이 의원은 특보단장, 조 전 의원은 대변인, 김 전 의원은 캠프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이들을 포함해 박 후보 후원회엔 54명이 1000만원씩을 기부했다.

문 후보 측에는 나우콤 대표 출신인 문용식 본부장 을 포함해 총 14명이 1000만원씩을 기부했다. 일부 인사들은 회사원·무직자 등으로 직업을 표기하고 생년월일을 밝히지 않아 신원 파악이 어려웠다.

전체 기부자 수는 문 후보 측이 4466명으로 박 후보 측 기부자 865명의 5배 가까이 됐다. 박 후보 측은 고액 후원자 비중이 높았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대통령 후보에 대한 연간 500만원 이하의 후원 내역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박 후보 측 후원금은 전액 기명으로 들어왔으나 문 후보 측은 기명 후원금 외에 익명 후원금 1048만원도 있었다.

박·문 두 후보가 ‘대선 경선 후보자 후원회’를 통해 모은 돈은 각각 15억4146만원, 8억5714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후보는 이 중 각각 12억748만원, 7억7564만원을 경선 때 썼다. <7면 그래픽 참조> 남은 돈은 대선 본선 자금으로 넘겼다. 대선 후보가 대선 때 쓸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 한도액은 559억7700만원이다. 대선 경선비용과 별도다. 별도 후원회를 만들어 법정 선거비용의 5%인 약 28억원까지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D-52. 대선 캠프엔 지금 전(錢)의 전쟁,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20년 전인 1992년 대선까지만 해도 수천억 단위의 대선자금을 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시 대선에 나섰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선거 이듬해 일본 도쿄(東京)에서 “총선에서 대선까지 800억원 정도 들었다. 정계에 나가지 않았을 경우 정권을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를 썼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는 ‘깨끗한 선거’를 다짐한다.

문 후보는 대선 사상 처음으로 ‘국민펀드’ 방식을 만들었다. ‘국민펀드’는 국가의 선거 보전비용을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이자를 붙여 돌려준다. 문 후보가 제시한 이자는 연 3.09%다.

무소속으로 정당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안 후보도 조만간 국민펀드를 모집할 계획이다. 서울대 의대 동기(80학번) 중 일부는 100만~1000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전국 의사 11만 명으로부터 적극 돕겠다는 뜻이 답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대출과 국고보조금, 후원금으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후보들은 과거 ‘정당 활동비’ 명목으로 기자들에게 관행적으로 제공했던 취재 과정의 교통비·식대까지 비용을 청구할 정도로 투명한 선거를 강조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비용 지출내역을 48시간 이내 선관위가 운영하는 인터넷 회계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동시에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올 7월 냈다.

하지만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송준호 공동대표는 “후보들이 법정 한도액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지만 일반적으론 법정 한도액보다 더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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