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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경영시대'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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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재계에서 창업주 3세 경영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연말과 올 연초 정기인사를 통해 창업주 3세를 대표이사나 부사장 등으로 승진시키며 후계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3일 정몽구(鄭夢九)회장 장남인 정의선(鄭義宣.33)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 그룹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에 임명했다.

또 정 회장의 동생인 고(故)몽우(夢禹)씨의 장남 정일선(鄭日宣.33)비엔지스틸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18일 정몽근(鄭夢根)회장의 장남인 정지선(鄭志宣.31)부사장을 그룹 총괄부회장에 선임했다. '왕회장'의 손자들이 최고경영자(CEO)로 경영일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의선.일선씨가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은 '왕자의 난'을 겪었던 정몽구 회장이 후계체제를 빠른 시일내에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장 등 임원들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의선.일선씨도 부사장으로 승진한것이며 이들은 여전히 경영수업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경우 정몽근 회장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가까운 전문 경영인 체제가 3세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1999년 3월부터 현대백화점 사장을 맡아 왔던 이병규(50)씨는 상근고문으로 한발짝 물러났다.

또 지난해 1월 당시 정지선 이사가 부사장으로 3단계 뛸 때 전무로 승진한 김태석 지원본부장과 경청호 기획실장도 1년만에 함께 부사장이 돼 정 부회장을 받쳐주는 체제가 구축됐다.

한편 동아제약은 지난해 말 창업주 고(故)강중희 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姜文錫.42)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 3세 경영시대를 공식화 했다.

신임 강 사장은 지난 87년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아제약에 입사해 개발부 차장과 기획조정실장을 거쳤으며 지난 98년부터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아 왔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며 강사장은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받아 이번에 최고경영자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 그룹도 지난해 12월 말 인사에서 허정섭 회장의 장남인 허기호(37)전무를 한일시멘트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CJ(옛 제일제당)그룹도 지난해 이재현(李在賢.43)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중견그룹인 한국타이어와 경방,대성산업 등도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趙顯植.33)씨가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차남 현범씨(31)가 상무보로 각각 승진했다.

경방그룹에서도 창업주인 고 김용완씨의 아들인 김각중 회장이 지난해 보유중인 경방 지분 4. 3%를 모두 장남 김준 전무와 차남 김담 상무에게 넘겼다.

기업 역사가 긴 두산그룹은 지난 2001년10월 창업주 박승직씨의 증손자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朴廷原.41)부사장을 사장(두산상사BG장)으로 승진시켜 재계에서 처음으로 4세 경영체제를 열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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