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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당뇨병의 치명적 위험, ‘당뇨 합병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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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부속 천안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성완 교수

당뇨병 환자가 야외에서 소변을 보면 소변으로 흘러나온 당분 때문에 그 자리에 개미들이 몰려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당뇨병은 먹은 음식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혈액 속의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는 병이다. 따뜻한 물에 설탕을 계속 넣으면 물엿처럼 변하듯 혈당이 높으면 혈액이 끈적하게 변한다. 이런 끈적한 피는 혈관에 큰 부담이 되어 혈관의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벽이 두꺼워지다가 결국 찢어지거나 막힌다.

서구화된 국가는 흔히 생활습관병으로 골치를 앓는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당뇨병의 증가는 폭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은 1970년대 1%, 1980년대 3%였으나 2008년에 9.7%로 급격하게 증가했고, 고령화, 운동부족 등으로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뇨병의 원인은 유전자와 생활환경이 모두 중요하여 유전으로 생기는 당뇨병을 50%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겨우 40년 만에 당뇨병이 열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그 사이에 유전자가 변했다고 생각하긴 어렵고 주로 환경의 변화가 원인이었다고 해석한다.

같은 만성질환이라도 천식이나 관절염은 환자 스스로 어디가 불편한지 뚜렷하게 알 수 있어 대비할 수 있는 반면, 당뇨병과 고혈압은 초반에 불편함이 거의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잠깐 혈당이 오르는 것만으로 바로 불편을 느끼지는 못하나 수년 이상 고혈당을 방치하면 혈관을 중심으로 서서히 조직이 망가져 수명과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된다.

혈관은 전신에 분포하므로 당뇨병 환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안전한 곳이 없다. 주로 눈, 콩팥, 신경이 잘 망가지며 진행하면 심장과 뇌도 손상된다. 당뇨병 환자의 80%정도가 심장과 뇌질환으로 사망하므로 당뇨병 자체보다 합병증이 더 무섭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당뇨병의 관리는 혈당조절뿐 아니라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핵심은 혈관의 보호이다. 혈관이 망가지지 않도록 금연이나 식사제한, 운동요법 등 생활습관 교정을 우선 적용하지만 이것 만으로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도 혈당약만 쓰는 게 아니라 혈압약과 혈관약, 고지혈약을 함께 쓴다. 특히 혈압약은 단순 고혈압환자와 치료전략이 달라 당뇨병환자에서 혈압이 높으면 레닌-안지오텐신계 약물(로자탄 등)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당뇨병은 의사가 처방하는 약만큼 식사와 운동, 금연 등 환자의 생활관리가 중요하다. 스스로가 주치의로서 일상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의사가 보완한다고 말할 정도로 환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당뇨병의 식사원칙은 골고루, 적당량, 규칙적인 식사이며 특정 식품을 극단적으로 좋고 나쁘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병상의 어르신이 어렵게 구한 묘약을 먹고 완쾌되는 전래동화의 극적인 장면을 당뇨병에서는 볼 수 없다. 운동도 마찬가지여서 혈압을 급격히 올리는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산보나 자전거, 수영 같은 꾸준하고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권한다.

최근 미국에서 사망한 밥클라우스씨의 이야기는 전세계 당뇨인에게 희망을 주었다. 밥아저씨는 5살에 당뇨병을 진단받고 이후 86년간 인슐린을 맞으며 살았는데, 사망 1년 전까지도 아주 건강했다. 밥아저씨는 건강했던 친구들보다 오히려 오래 살았는데, 의료진은 이를 어릴 적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 덕으로 여긴다. 당뇨병의 생활관리는 현대사회에서 강조하는 참살이(well being) 요법과 비슷하므로 고생만 한다고 여기기보다는 나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함께 생활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중용(中庸)의 모범이 된다고 생각하며 꾸준히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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