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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에 갇힌 증시 … 소외받던 지주사를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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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실적 쇼크로 증시가 출렁였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85포인트 떨어진 1913.96에 마감했다. 전날 ‘1조원 클럽’에서 탈락한 포스코 주가는 1.43% 하락했고, 미국 정보기술(IT)업계 실적 부진 영향으로 삼성전자도 0.99% 떨어져 130만원에 겨우 턱걸이했다.

 그러나 모든 종목이 떨어진 건 아니다. 전날 지주사 전환을 공시한 동아제약이 13.92% 오른 것을 비롯해 최근 지주사로 전환한 한국콜마홀딩스(10.7%)와 삼양홀딩스(3.55%) 등 지주사 관련 주는 대체로 올랐다.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대형 지주사 가운데서는 LG가 0.16% 오른 6만2200원에 마감했고, 최근 급등한 CJ 역시 하락 반전 없이 전날과 같은 주가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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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시 전문가는 “그동안 경기 순환에 민감한 성장주에 가려졌던 소외주의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했다. 소외주 가운데서도 특히 지주사가 맨 앞에 섰다.

 전용기 현대증권 지주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 5년간 중소형 소비재 관련 지주사는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돼 늘 핵심 자회사보다 주가 상승률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그러나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지지부진하자 그동안 저평가돼온 지주사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지주사뿐이 아니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지주사 투자는 해당 그룹 주식을 매입하는 효과와 동일하다”며 “최근 유행한 그룹주 펀드와 비슷해 대형 지주사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과거엔 큰 폭으로 성장할 개별 자회사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지주사 투자가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개별 자회사의 실적 개선 폭은 불확실성이 더 크다”며 “그러나 지주사 관점에서는 주력 자회사의 실적 개선 방향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자회사보다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투자자의 달라진 관심은 주가 흐름의 패턴을 바꿔놓았다. 과거 지주사 전환은 통상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엔 정반대다. 19일 재상장한 한국콜마홀딩스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비롯해 4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다. 이는 자회사인 한국콜마 상승률을 훨씬 앞선다. 통상 자회사보다 주가 상승폭이 훨씬 떨어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더 오르거나 최소한 같은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저평가된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상승률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채원 한국밸류투자 부사장은 “성장 둔화 탓”이라며 “불확실하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성장성보다는 수익률은 낮더라도 당장 성장 결실을 따먹을 수 있는 확실한 업종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파낼 새 우물이 없다는 게 드러나면서 고여 있는 물이라도 정화해 먹자는 쪽으로 투자자가 옮겨간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3분기 실적이 확 꺾였다는 게 가시화하면서 지주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어떤 지주사에 투자해야 하는 걸까.

 우선 싼 주식이다. 지주사는 순자산가치(NAV·기업을 청산했을 때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 할인율이 40~50%에 달한다. 다시 말해 현재 주가가 기업을 청산할 때 챙길 수 있는 가치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또 SK의 순자산비율(PBR)이 0.6배, LG가 0.9배 등으로 대부분 지주사가 여전히 싼 수준이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할인율이 짧은 기간 안에 급격히 줄 지주사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주사 가운데서도 옥석은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나고 성장성이 뛰어난 비상장 자회사가 많은 지주사 주가 상승 탄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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