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성공적인 팬 써비스

중앙일보

입력

비록 비로 인해 노게임이 되었지만 7월 22일 잠실을 찾은 관중들은 오래간만에 좋은 볼거리를 봤다.

최근 가뜩이나 더운데다 장마까지 계속 되어 쾌적하게 야구를 관전하기에는 좋지 못한 날씨임을 감안해 홈팀인 LG 트윈스는 이날 잠실구장에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팬 서비스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이른바 ‘써머 크리스마스(Summer Christmas)’ 라는 독특하고도 심혈을 기울인 이벤트였다.

그러나 하늘은 LG 프런트 노력을 알아 주지도 않고 2회와 3회 두 차례에 걸쳐 폭우가 쏟아져 54분간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노게임이 선언되고 말았다.

비로 인해 완전하지 못한 팬 서비스였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 1루 쪽 스탠드에 있던 LG를 응원하는 관중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한 여름밤의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전광판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뮤직 비디오가 나오고 4그루나 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응원단상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관중석 곳곳에서 흐르는 가운데 산타클로스 복장의 치어리더들은 비록 스프레이였지만 하얀 눈을 관중석에 뿌려 분위기를 돋구었다.

여기에 구단에서 나눠준 노란 손수건으로 관중들은 하나가 되었다.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인해 온 몸이 젖었지만 5천명에 가까운 많은 LG팬들은 비를 피하려 하지 않고 모두들 한 물결이 되어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응원을 펼쳤다.

억지나 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함께 하는 한 마음이 되는 응원으로 관중들은 관중들 데로 웃음을 지을 수 있었고, 비로 인해 실패로 끝날 뻔 했던 팬 써비스가 성공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LG 관계자들 역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아마도 이 날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하나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LG 트윈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더 굳건하게 가졌을 것이다.

사실 LG 트윈스의 관중 동원은 시즌 초반 극도의 성적 부진을 감안한다면 성공적이다. 21일 현재 총 41번 벌어진 홈 경기에서 41만3776명의 관중들이 잠실구장을 찾아와 경기 당 평균 1만92명을 기록했다.

성적이 좋았던 지난 시즌에는 같은 경기 수를 기준으로 평균 1만1천5백8명의 관중을 동원했지만 날씨만 작년 같았으면 관중 동원력에서 더 나았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는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각 구단들의 관중들에 대한 안일한 자세가 제일 컸다. 성적만 좋으면 팬 써비스에 상관없이 경기장은 인산인해을 이룰 것이라는 착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구단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LG 트윈스 프런트의 마인드 전환과 노력이 어울어져 최소한 고정 관중들이 늘어 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미국 메이져 리그의 각 구단을 부러워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야구를 펼치는 선수들을 보유했다는 이유 뿐만이 아니다. 그들의 노력으로 인해 팬들에게 경기장이 야구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여가도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인식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응원하는 팀의 승패에 관계없이 항상 경기장에 즐기러 찾아오는 팬들이 많다는 것이다.

야구를 관전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신선하고도 기발한 아이템으로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써비스를 해야 하는 것은 각 구단의 의무다.

팬 써비스에 쏟는 땀방울은 결국 구단 이미지는 물론이고 금전으로도 성공을 거둔다는 진리를 각 구단은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 신종학 - 프로야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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