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우먼’ 과연 김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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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이 21일 목포스포츠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목포월드컵 여자 리드 부문 준결승에서 홀드를 잡고 암벽을 오르고 있다. 그는 미나 마르코비치(슬로베니아)와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대한산악연맹]

동갑내기 한국 클라이머가 목포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7차 대회에서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여자 리드 부문에 출전한 김자인(24·세계랭킹 1위)과 남자 리드에 출전한 민현빈(24·세계랭킹 9위)은 21일 목포스포츠클라이밍센터에서 열린 목포월드컵 리드 결승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 우승을 차지했다.

리드 종목은 15m 암벽에 배치된 홀드를 따라 제한된 시간 내에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느냐를 겨루는 경기다. 김자인은 36번째 홀드(인공암벽에 설치된 손잡이)까지 올라 라이벌 미나 마르코비치(25·슬로베니아·세계랭킹 2위)와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의 민현빈은 33번째 홀드까지 올라 일본의 사치 아마(23·세계랭킹 2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김자인은 “완등하지 못해 아쉽지만 성적에 대해서는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목포에 모인 팬들은 김자인의 경기를 숨죽이면서 지켜봤다. 90도로 꺾인 부분에서 점프를 해 다음 홀드를 잡을 때는 “와∼” 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36번째 홀드를 놓치는 순간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관객 김남형(45) 씨는 “홀드 하나하나를 짚고 올라갈 때마다 긴장감이 넘쳤다. 경기에 몰입해 봤다”고 전했다.

 김성림 대한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 담당 이사는 “스포츠클라이밍은 스포츠적 요소가 강하다. 내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 8개 후보 중 하나인데 충분히 정식 종목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주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팀 감독도 “한국 선수들은 지구력이 좋고 두뇌회전이 빠르다. 제2의 김자인, 민현빈도 나올 수 있다”며 “정식 종목에 채택만 된다면 올림픽에서 한국의 효자 종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은 27일 일본 대회와 다음 달 17일 슬로베니아 대회를 끝으로 시즌이 마무리된다. 김자인은 “세계랭킹과 올 시즌 랭킹 1위도 중요하지만 집착하지는 않겠다.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 완등하는 데 신경 쓴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목포=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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