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이종호·페로…아시아 부유층 겨냥해 건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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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호 24면

상위 1%를 겨냥한 제주도 고급 리조트인 아트빌라스(위)와 아덴힐(아래).

거실 커튼을 젖히면 가깝게는 골프코스 페어웨이가, 멀게는 아련한 바닷가가 펼쳐진다. 집 한가운데 마련된 50㎡ 규모의 중정(中庭)을 통해 거실에서, 또 주방에서 하늘이 올려다 보인다. 중정이란 집 가운데 비워 둔 공간을 뜻한다.

제주도 호화 리조트 붐

낙엽이 물들고 물빛이 깊어지는 요즘, 이런 풍경과 향기로운 커피 한잔만으로 시름을 잊을 수 있다. 시간 날 때마다 이곳을 찾아 지친 심신을 달랜다.
제주공항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의 아덴힐 리조트를 지난해 분양받은 한 프랜차이즈 업체 김성준(51·가명) 사장의 얘기다. 이 리조트는 상위 1%를 겨냥한 고급 별장이다. 리조트 내 주거시설은 창호부터 주방가전·벽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고급 수입 제품이나 자재로 꾸몄다. 냉장고·가스레인지 등 주방가전만 한 채당 총 1억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방문 한 짝이 800만원짜리다. 이 집에는 전용 풀장도 있다. 김 사장은 “가족과 함께, 때로는 홀로 안식을 즐기기에 이만 한 곳이 없다”고 했다.

별장은 보통 산 높고 물 좋은 곳에 고즈넉이 홀로 자리한 경우가 많다. 노출을 피하고픈 정·재계 인사들의 별장이 이런 곳에 있다. 산사(山寺)에 머무는 듯 조용하고 한가로운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별장은 요즘 같은 역동적 한국 사회에서는 점점 낯설어 보인다.

수요도 점차 줄고 있다. 모든 별장 수요가 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주도에 고급 리조트 개발·분양 경쟁이 한창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덴힐 같은 고급 리조트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전통적인 별장에 각종 편의시설과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단지를 조성한 서해종합건설의 김영춘 회장은 “특별한 구역 안에 특별한 휴식을 위한 것들이 두루 준비돼 있다. 상위 1%를 위한 고급 휴양 시설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속 ‘별장’
제주도는 지난해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게다가 서울은 물론 중국·일본 등지가 여객기로 두 시간가량 거리여서 해외 고급 리조트 수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입지 때문에 고급 리조트는 물론 일반 대중 리조트 건설이 몇 년 새 급증했다.

제주 고급 리조트는 대부분 빌딩형이 아니라 단독주택형이다. 아덴힐은 333㎡ 안팎에 이르는 단독주택형이 32채 있다. 올 초 서귀포시 색달동에 문을 연 아트빌라스는 210~382㎡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채가 모인 단지 형태라는 점이 기존 별장과 다르다.

그렇다고 옆집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아트빌라스 관계자는 “독립 공간을 중시하는 데다 철저한 회원제라 사생활 침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분양은 가령 1년을 12명이 30일씩 쓰는 종전 ‘1실 다계좌’ 방식이 아니라 ‘2분의 1계좌’(1실 2인)나 ‘풀계좌’(1실 1인) 방식이다. 사실상 개인 별장처럼 쓸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아트빌라스 회원인 장모(60)씨의 경우 부인과 함께 2분의 1계좌를 분양받아 별장처럼 쓴다. 그는 “연중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어 한 번 내려오면 보름씩 묵으며 요트·승마·골프 등을 즐긴다”고 말했다.

진정한 ‘힐링’ 꿈꾸다
기존 별장과의 확연한 차이점은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부대시설과 서비스다. 아트빌라스는 36홀 규모의 스카이힐 제주컨트리클럽 이용권을 준다. 여기에 차로 10여 분 거리인 롯데호텔 피트니스센터 회원권(일부는 주택형)을 제공한다.

아덴힐도 회원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골프장이 단지 안에 있다. 회원이면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부킹할 수 있다. 제주시 한림읍의 라온프라이빗타운도 회원에게 골프코스(27홀)와 승마·요트 클럽을 제공한다. 라온프라이빗타운의 좌승훈 부장은 “물놀이 시설 등 다채로운 놀이·휴식시설을 갖춰 기존의 별장과는 또 다른 느낌의 휴식과 휴양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즐거움이다. 아트빌라스의 경우 승효상·이종호 등 국내 유명 건축가를 비롯해 도미니크 페로, 구마 겐고 같은 해외 명장들이 설계·인테리어에 대거 참여해 지난해 분양 때부터 관심을 끌었다.

아트빌라스 D블록은 일본에서 히노키 등 각종 원목을 들여와 마감해 원목 특유의 향이 짙다. 아덴힐 역시 국내외 유명 건축·디자이너가 참여해 해외 명품 마감재 등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넘어 예술적 향취를 접할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분양가는 10억~50억원에 이른다. 아덴힐 단독주택형 538㎡가 48억원으로 제주의 리조트 중 최고가다. 만만찮은 금액이지만 중국·일본 같은 인접국 계약 고객이 적잖다. 김 회장은 “제주도 리조트는 아시아권 부유층 수요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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