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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PC시대 아이콘 ‘윈텔’의 추억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3호 35면

“‘윈텔(Win-Tel)’ 유선 PC 시대는 저물고, ‘스마트(Smart)’ 모바일 세상이 왔다.”
엊그제 정보기술(IT)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던진 얘기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니고, 90년대 직장에 들어간 40∼50대에게 ‘윈텔’은 첨단 아이콘이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세계 1위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합성어가 윈텔이다.
윈텔 왕국은 30년 가까이 첨단 기술의 총아로 꼽힌 PC를 거의 독점 개발하며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삼성·델 등 PC 제조사, 소프트웨어 회사, 주변기기 업체까지 윈텔이 제시하는 틀에 맞춰야 했다. 차세대 IT 정보를 먼저 얻으려고 세계 언론들이 시애틀 인근의 MS 레드먼드 캠퍼스와 실리콘밸리의 샌타클래라 인텔 본사에 앞다퉈 진을 치기도 했다.
PC 역사도 자연히 윈텔이 써나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PC 진화의 상징인 ‘X86’이다. 윈텔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데이터 처리능력에 따라 286, 386, 486, 586이란 이름을 붙였다. 90년대 대학생이나 직장인 사이에 ‘X86’을 모르면 바보 취급을 받았다. 한때 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에 대거 들어가자 ‘486세대’(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로 표현한 것도 그런 추억 때문이다.
그러던 윈텔 왕국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MS가 1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고개를 떨군 것이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8% 줄어든 160억 달러, 영업이익은 26% 추락한 53억 달러에 그쳤다. 앞서 16일엔 인텔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 동기보다 6% 준 매출(134억 달러)과 20% 급락한 영업이익(38억 달러)의 성적표를 내놨다. 향후 전망도 우울하다. 미 가트너와 아이서플라이는 올해부터 PC시장이 꺼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올해가 문제다. 2001년 닷컴버블 이래 11년 만에 처음 PC 시장이 감소할 전망이어서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왜 그럴까. ‘똑똑한 휴대전화’ 스마트폰과 ‘걸어다니는 PC’ 태블릿의 등장 때문이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선보이자 세계 IT 시장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19일 야후의 한국 철수 소식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95년 미국에서, 97년 국내에서 포털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야후가 아닌가. 7월 국내 PC통신 원조인 ‘파란닷컴’(옛 하이텔)에 이어 유선 인터넷 개척자인 야후까지 무대 뒤로 사라질 위기다.
반면 모바일 급물살을 제대로 탄 애플과 삼성은 IT의 양강(兩强)으로 올라섰다. 세계 언론의 시선이 애플의 실리콘벨리의 쿠퍼티노 캠퍼스나 삼성의 서울 서초동 본사로 몰리고 있다. 뒤늦게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모바일 열차에 올라타고 있지만 그 열차는 이미 꽉 찼다. 이제는 그 다음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게 뭘까. 마음을 읽는 ‘감성폰’ ‘두뇌폰’…. 늘 혁신을 최고 가치로 추구해온 애플처럼 남들보다 먼저 시도해야
1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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