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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피우면 복이 굴러오리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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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호 32면

지난달 17일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던 국회의사당 앞에 한 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 1인 시위를 했다. 이 외롭고 고단한 투쟁 옆에 한 경찰관이 다가와 우산을 씌워 주며, 묵묵히 그의 곁을 지켰다. 이에 네티즌들은 “태풍 ‘산바’보다 더 강력한 감동의 쓰나미” “대한민국 경찰의 진정한 모습” 등의 댓글을 달았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향기로운 ‘사람냄새’에 사람들이 반응한 것이다.

경제·경영 트렌드 FINISH&T ⑥ Humanity

인도의 대표기업인 타타그룹은 세 가지 초저가 사업에 도전 중이다. 세계 최저가 승용차 ‘나노’(판매가 약 300만원·사진), 초저가 주택 ‘나노 하우스’ (20㎡, 판매가 약 77만원), 그리고 세계 최저가 정수기인 ‘스와치’(6개월 이용료 2만5000원). 이 도전들의 출발점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타타그룹의 라탄타타 회장은 4인 가족이 스쿠터를 타고 가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연민을 가지게 되었고, 그 마음이 초월적인 가격과 성능의 국민차 ‘나노’의 개발을 가능케 했다고 밝혔다. 브랜딩 전문가 ‘해리 벡위드’는 그의 저서 보이지 않는 손길에서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것이며 따라서 모든 마케팅의 기본적인 대상도 인간 자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모든 비즈니스는 ‘인간적인 제품’과 ‘체험’ ‘관계’를 제공하는 산업이고 그 바탕은 ‘휴머니즘’이다.

1) 인간적인 제품산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제품들은 놀라운 감수성으로 사람들의 아픔을 들여다보았거나 사람들이 갈망하는 로망을 들여다보았을 때 탄생한다. 예컨대 올 상반기 일본의 히트상품 중 하나인 아사히의 무알코올 맥주 ‘수퍼드라이 제로’는 술자리를 피해갈 수 없는 현대인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제품이 아닐까. 기린음료의 체지방을 줄여주는 기능성 음료인 ‘메츠 콜라’는 체지방과의 치열한 전쟁을 눈여겨보고 해법을 깊이 성찰한 덕분에 나올 수 있었던 너무나 인간적인 상품들이다.

2) 인간적인 경험산업: 즐겁고 행복한 체험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늘고 있다. 인간적인 의료를 내세운 병원 ‘제너럴닥터’는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와 공연, 전시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심지어 하루에 20명의 환자만을 받아 일인당 30분씩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료한다. 그래서 이곳의 환자들은 딱딱한 병원 시스템 대신 인간적인 즐거운 서비스와 만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도 ‘경험’의 가치를 아는 듯하다. 단순히 커플 매칭이 아니라 레포츠, 예술 관람, 봉사활동 등 각종 이벤트를 기획해 초면의 어색한 남녀에게 즐겁고도 깊이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3) 인간적인 관계 산업: 관계 속에 사는 우리에게 특별한 관계는 그 자체가 상품이기도 하다. 할리 데이비슨의 ‘호그(HOG·Harley Owner Group)’는 일종의 운전자 동호회이지만 그들의 존재 및 그들과의 관계가 제품구매에 큰 동인이 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셰어하우스’ 열풍이 불고 있다.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사는 홈셰어링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생활양식이나 취미가 비슷한 나홀로 가구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으로 발전 중이다. 애완동물과 생활하는 곳, 싱글맘이 모인 곳, 영어공부 함께하는 곳 등이 예다.

4) 인간적인 사회 산업: 열악한 사람들을 돕는 사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이라고 표현했는데, 기업이 공익적인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이익을 꾀하는 형태다. 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동 및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한다는 ‘인간적인’ 마음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관련 제품도 식품류에서 신발·의류 등은 물론 여행 같은 무형 제품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목욕용품으로 유명한 더바디샵도 성공한 CSV기업으로 손꼽힌다.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지원, 지구환경 보호 등 다섯 가지 사회적 가치를 이념으로 내세워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이 됐다.

필자가 좋아하는 ‘고은’ 선생의 작품이 있다.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왜 서로 눈길을 피하였을까? 아마도 비를 피한 나는 비 맞고 서있는 소 보기가 미안해서 고개를 돌렸고, 반면 소는 자신 때문에 미안해하는 나 보기가 민망해 눈길을 피해준 것이 아닐까? 이처럼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내 일처럼 같은 정서로 공감해 주는 마음. 그것이 바로 ‘인간미’ 혹은 ‘사람냄새’일 것이다. ‘사람냄새’만큼 오래 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 모두 ‘사람냄새’를 피우자. 사람냄새가 곧 ‘돈’이다.



FINISH&T는 라이프 스타일 변화의 7가지 키워드인 Family, Inside Richness, Nature, Intimate, Small, Human & Thrifty의 약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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