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 '권정생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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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이야기 1, 2/권정생 지음, 이철지 엮음/한걸음, 각권 8천5백원

동화작가 권정생(67.사진)씨는 경북 안동에서 한참을 들어가는 시골에서 살고 있다.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되며 한국으로 건너온 권씨는 6.25 부산 피란 시절 결핵을 얻은 후 평생 온전한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는 이는 다 안다.

모두 합쳐 다섯평 흙집에서 병마와 싸우며 엮어낸 '몽실언니''강아지똥'등 동화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의인화된 강아지똥이 민들레 거름이 돼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내용의 '강아지똥'은 지난해 일본에도 수출돼 책과 CD로 나왔다고 하니 그의 삶과 문학의 호소력은 생각 이상으로 넓은 셈이다.

신간은 동화.시.소설.동극(童劇) 등 기존 권씨의 작품들과 에세이에 이현주 목사.정호경 신부.전우익씨 등 주변에 보낸 편지글들을 보태 두 권이다.

권씨의 동화와 시편들은 슬픈 내용이 많다. '무명 저고리와 엄마'에 등장하는 칠남매 중 분단된 남쪽 땅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나가는 것은 여섯째 막돌이 하나뿐이다. 그나마 막돌이는 6.25때 한쪽 다리를 잃었다.

'하나님의 눈물'은 마음이 약해 차마 풀을 뜯어먹지 못하고 배를 곯는 선한 토끼의 이야기다.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는 쌀 한말 팔러가는 길에 쌀짐을 달구지에 실어준 이웃의 호의를 갚기 위해 술한잔 산 것이 화근이 돼 술 두잔이 되돌아오고 다시 세잔을 살 수밖에 없어 결국 쌀값을 탕진하고 만 선량한 술꾼의 얘기다.

작품 안의 슬픔은 권씨가 직접 경험한 권씨의 슬픔에 닿아있다. 생사가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 집을 나가 3개월간 걸인 생활을 했던 개인적인 아픔과 일제 식민치하, 6.25 등 역사적 질곡이 권씨의 슬픔의 근원이다.

그러나 동화와는 달리 권씨의 에세이들은 슬픔에서 한발 나아간다. '우리의 농촌을 우리 문학은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올봄의 농촌 통신' 등에서는 요즘 문학계의 피상적인 농촌 이해를 반성하는가 하면 토박이 농촌말을 살리자고 주장한다. 바람난 요즘 세월, 허장성세의 우리네 삶에 대한 성찰로 제격인 책들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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