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7.4% 성장 중국 선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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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한시름 놨다. 올 3분기 경제 성적표가 나쁘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9월 사이 국내총생산(GDP)이 7.4%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7.6%)보단 0.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그 바람에 지난해 1월 시작된 경기 수축 국면이 7분기 연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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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부합했고, 시장은 안도했다. 덕분에 원자바오 총리 정부가 중국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이 크게 흔들리고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황인 와중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계 금융그룹인 바클레이스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장지안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바오가 수출 침체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대거 늘리고, 올 6월과 7월 두 차례 기준 금리를 내린 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원자바오

 이날 시장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상하이와 홍콩 주가는 1% 남짓 상승했다. 중국 경제 흐름에 크게 영향받는 원자재 시장도 강세였다. 이날 상하이거래소에선 구리와 아연, 알루미늄 값이 0.4~0.6% 정도씩 올랐다.

 올 4분기엔 어떨까. 과연 바닥을 치게 될까. 긍정적인 단서가 포착됐다.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늘었다. 예상치는 9% 증가였다. 최근 10여 년 동안 경제 성장을 이끈 설비투자도 예상치(20.2%)보다 높은 20.5%(전년 동기 대비) 신장세를 보였다. 미국계 금융그룹인 JP모건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주하이빈은 “4분기엔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눈에 띄게 진정될 전망”이라고 봤다.

원자바오에겐 희소식이다. 그는 올 성장 목표를 7.5%로 제시했다. 비관론자들은 목표 달성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분기 성적이 그럭저럭 나온 덕분에 올 1~9월 중국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7.7%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에만 선방하면 목표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돌발 위기상황만 맞지 않는다면 연간 7.5% 성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원자바오 자신도 사흘 전 끝난 지방 공무원회의에서 “3분기 경제가 비교적 좋았다”며 “연간 목표에 도달할 것 같다”고 했다. 예상대로라면 원자바오는 차기 총리에게 최악의 경제를 넘겨주지는 않을 듯하다. 그는 11월 8일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될 인물에게 내년에 총리 자리를 물려준다.

 원자바오가 안도하는 만큼 공격적인 경기부양 의지는 약해질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안에 중앙정부가 경기부양 예산을 대규모로 편성하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확률은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다만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낮출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내년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하다. 중국이 수출을 대신해 주력 성장엔진으로 키우고 있는 내수가 아직 확충되지 않아서다. 중국 정부가 어찌해볼 수 없는 미국·유럽 등 수출시장에 여전히 휘둘릴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최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의 수출의존형 성장은 위험하다”며 “2013년 말께 위기(경착륙)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경착륙은 없을 것”이라며 “과잉 중복투자된 설비 때문에 장기적으로 답답한 국면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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