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전 치르는 김미현 "우승할까봐 연습 안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우승 할까봐 연습도 열심히 안 했어요. 괜히 은퇴 번복하게 될 까봐서요.(웃음)”

김미현은 은퇴 경기를 앞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큰 부담감 없이 마지막 경기를 치르겠다는 말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승부욕이 강해 갑자기 욕심을 낼 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우승을 하면 상금 전액을 불우 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겠다”며 밝게 웃었다.

‘슈퍼 땅콩’ 김미현이 19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ㆍ외환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정든 필드를 떠난다. 1988년 처음 골프 채를 잡고 24년 만이다. 김미현은 1996년 LPGA 투어에 데뷔 해 통산 8승을 거두며 박세리(KDB금융), 박지은과 함께 한국 여자 골프의 중흥기를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18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공식 은퇴 기자회견에서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김미현은 2007년 셈그룹 챔피언십 우승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당시 김미현은 우승 상금이었던 21만 달러(약 2억3000만원) 전액을 토네이도 피해민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미현은 “작은 나라에서 온 작은 여자 선수 한 명에 불과한 내가 미국 대륙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걸 보면서 너무 뿌듯했다. 미국 팬들과 국민들이 너무 좋아해줬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미현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나선다. 그는 현재 주니어 선수와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김미현 골프아카데미' 개원을 준비 중이다. 김미현은 “최근 훌륭한 후배들을 보면서 골프 꿈나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계 무대에 나서 우승했던 경험을 살려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고 싶다”고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한편 김미현은 이 대회를 시작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김효주(롯데마트)에게 조언을 남겼다. 그는 “아마추어에서 잘 하던 선수가 프로에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겁먹지 말고 늘 하던 대로 자신감 있게 프로 무대에 도전한다면 뭐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김미현은 19일 하나ㆍ외환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김인경(하나금융그룹),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다.

J골프가 대회 전라운드 경기를 19일부터 21일까지 오후 12시에 생중계 한다.

영종도=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