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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들고 저항해 고무탄 쏴 … 매뉴얼 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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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목포해경 수사관이 17일 전남 목포 해경전용부두에서 우리 해경단속선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된 중국 어선의 쇠꼬챙이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해경이 쏜 고무탄을 맞고 숨진 중국 선원 장수원(張樹文·44)이 사고 직전 흉기를 휘두른 사실이 현장 채증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해경의 검문 요구에 불응하면서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다 해경 요원이 발사한 고무탄에 맞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해경이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선원 사망 사고가 우발적으로 발생했다는 해경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목포해경은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고무탄을 맞고 숨진 장이 흉기를 들고 저항하는 장면을 영상에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해경 현장 단속 요원이 찍은 5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장이 단정(短艇)을 타고 검문검색을 시도하는 해경에 맞서 톱을 휘두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장의 옆에 있던 다른 선원들이 길이 1.2m가량의 삼지창 등을 휘두르며 대항하는 모습도 담겼다. 해경은 영상이 비교적 선명해 중국 선원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목포해경 강성희 서장은 이날 오후 5층 상황실에서 열린 중국 선원 사망 사고 브리핑에서 “숨진 장은 해경이 발사한 5발의 비살상용 스펀지 고무탄 가운데 마지막 발을 왼쪽 가슴에 맞았다”고 밝혔다. 단정에 탄 해경 요원이 어선에 접근해 발사한 고무탄 가운데 첫 탄은 조타실을 겨냥한 것이었고 둘째 탄에서 넷째 탄까지는 중국 선원 사이로 날아갔으며 마지막 고무탄이 장의 가슴에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무탄에 가슴을 맞은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해경이 발사한 고무탄은 살상용이 아니기 때문에 10m 거리에서 맞아도 멍이 드는 수준의 충격에 그칠 뿐 맞은 사람을 숨지게 할 정도의 위력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응급조치를 한 의사는 “가슴 등 2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고 했지만 직접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경은 이번 진압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준수한 상태에서 고무탄을 발사했으며, 규정에서 벗어난 과잉 진압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강성희 서장은 “검문검색에 응하고 저항하지 않으면 고무탄을 절대 발사하지 않는다”며 “격렬한 저항으로 단속 요원의 생명이 위험해 매뉴얼에 따라 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해경 간부는 “사고 순간에 쏜 고무탄은 10m 이상의 거리를 두고 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의 내부지침에는 8∼10m 거리에서 발사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중국 선원들이 쇠꼬챙이를 배에 꽂고 해경 요원들의 접근을 막았기 때문에 중국 어선과 떨어진 상태에서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설명이다.

 고무탄은 10m 미만 거리에서 쏠 경우 세게 던지는 야구공에 맞았을 때의 충격과 상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측은 “발사기를 신체에 바로 대고 쏘지 않는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해경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은 부검에서 밝혀지겠지만 고무탄에 맞은 것이 직접 사인이라기보다는 이로 인해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2008년 소흑산도 해상에서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2009년 미국에서 고무탄을 쏠 수 있는 다목적 발사기 50정을 도입했다. 여기에서 발사되는 고무탄은 발포고무 재질의 탄두와 장약을 담고 있는 탄피로 구성돼 있다. 스펀지탄이라고도 불리는 고무탄은 유효 사거리가 3∼30m며 초속 76m의 속도로 발사된다. 6발을 장전해 한 발씩 쏘는 반자동식이다. 해경에 앞서 경찰은 1984년부터 시위진압용으로 다목적 발사기를 도입했다.

 한편 목포해경은 사고 해역에서 나포한 중국 어선 2척을 17일 목포항으로 입항시킨 뒤 중국 선원 13명과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3009함 요원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해경은 중국 선원들이 폭력을 휘두르며 저항한 사실이 드러나면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3009함의 김국성 함장은 “채증 요원을 포함해 승선인원이 고작 8명인 우리 측 고속단정을 향해 중국 선원이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둘렀다”며 “우리 측 대원 2명이 쇠파이프에 가격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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