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소재로 승부" '좋은영화' 김미희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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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천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본인도 "그렇다" 고 인정한다. 다만 조건을 단다. "그래도 영화밖에 모르고 일만 했는데…. "

영화제작사 좋은 영화의 김미희(37.사진) 대표. 승률이 3~4할이 안되는 영화판에서 3연승을 거뒀다. 그것도 거의 홈런급이다.

창립작 '주유소 습격사건' (김상진 감독.1999년) 과 '선물' (오기환.2001년) 이 각각 전국 관객 2백60만명과 1백16만명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달 23일 개봉한 '신라의 달밤' (김상진) 이 10일 2백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신라의 달밤' 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점령한 올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이어가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김대표는 '공동경비구역 JSA' 를 만든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반칙왕' 을 제작한 봄영화사의 오정완 대표와 함께 젊은 여성기획자 3인방으로 꼽힌다. 88년 화천공사 카피라이터로 입사하며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93년 시네마서비스 기획이사를 거쳐 98년 좋은 영화를 설립했다.

"관객들이 손해볼 영화는 절대 만들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입니다. 7천원에 값하는 재미있는 영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

잇따른 성공 비결이 궁금했다. 김대표의 대답은 크게 세 가지. 첫째, 철저한 기획력이다. 촬영 이전에 시나리오 완성도에 전력을 다해 제작 도중의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준비기간이 평균 1년이 넘는다고 한다.

둘째,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소재를 고른다고 한다. '주유소 습격사건' 과 '신라의 달밤' 은 제목부터 마음에 든 것은 물론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적 코미디가 좋았다고 한다. '선물' 도 평범한 멜로물일 수 있지만 병든 아내를 지켜보는 개그맨이란 소재가 특이했다고 말했다.

셋째, 일단 아이템을 결정했으면 신속하게 추진할 것. 영화란 생선회와 같아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선도가 떨어지고, 집중력도 약해진다는 설명이다.

" '빌리 엘리어트' '천국의 아이들' 처럼 휴머니즘이 담긴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치고 받는 코미디라도 그 안에 삶의 흔적이 잔잔하게 깔린 그런 작품을 추구하죠. 그리고 희망이 있는 영화가 좋습니다. "

현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의 유승완 감독이 연출하는 여성 액션극 '피도 눈물도 없이' 와 최근 히트한 한국영화들을 패러디할 장규성 감독의 '재미있는 영화' 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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