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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 청사진 대선 무대서 행방불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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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선이 63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다음 정부에서 펼쳐질 대한민국의 미래상이 좀처럼 잡히질 않는다. 유력 후보들은 3자 대결이냐 양자대결이냐의 구도에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과거 문제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책공약이라는 것도 여론을 달래주는 식의 경제민주화, 복지 강화, 반값 등록금 정도다. 2%대 저성장에 빠진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담은 총체적 구상,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지금 대선전은 미래 비전이 실종된 양상”이라며 “이제라도 후보들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지 큰 그림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는 16일에도 정수장학회, 후보 단일화,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으로 격돌했다. 정치개혁의 밑그림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경제 분야에선 지난주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가 모두 재벌개혁을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비슷한 내용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세부적 차이는 있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미래 청사진을 다루진 않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해외 경기변동에 흔들리지 않은 채 성장을 착실히 이어가고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수출에서 내수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에 수출이 기여한 비중은 72.8%에 달한다. 수출에 치우친 천수답 체질이 한국경제의 취약점으로 늘 거론돼 왔다. 국제적인 경기침체 국면에서 ‘박정희식 수출주도형 고도성장 모델’은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렵다. 경제구조의 대전환으로 연결될 변곡점이 눈앞에 닥친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해법을 내놓은 후보는 아직 없다. 고려대 신관호(경제학) 교수는 “소득 재분배가 악화됐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한국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방향으로도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의 정책공약은 대체로 판박이다. 예컨대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해 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엔 모두 동의했고, 기존 출자의 처리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는 정도다. 과거 대선의 경우 대북 포용과 외환위기 극복(1997년 김대중), 특권 없는 사회와 지방분권(2002년 노무현), 경제 살리기와 ‘비핵 개방 3000’(2007년 이명박) 등 달성 여부와 관계 없이 후보들은 나름의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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