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종예선] 지옥 보여주겠다 vs 축구나 잘하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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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네쿠남(左), 최강희(右)

“아자디 스타디움을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자바드 네쿠남 이란팀 주장)

 “세상에 지옥이 어딨나. 네쿠남인가 다섯쿠남인가는 농구선수인가.”(최강희 한국팀 감독)

 지옥만큼 뜨겁다. 한국과 이란 축구대표팀이 17일(한국시간) 오전 1시30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앞두고 날선 말싸움을 펼치고 있다. A매치 131경기(30골)에 출전해 ‘이란의 박지성’이라 불리는 네쿠남(32·에스테그랄)은 최근 이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란을 이길 수 없다”며 또다시 ‘지옥’이란 단어를 꺼냈다. 네쿠남은 2009년 한국과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앞두고도 “박지성(31·퀸스파크 레인저스)조차 아주 다른 분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 당시 두 팀은 1-1로 비겼다.

 최강희(53) 감독은 뼈 있는 농담으로 지옥 발언에 응수했다. 최 감독은 14일 대표팀 숙소인 에스테그랄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오히려 자기들이 불안해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농구 할 생각 하지 말고 축구나 잘하라고 그래라”고 말했다. 주장 곽태휘(31·울산)도 “우리가 지옥에 놀러왔겠나”라고 되물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기성용(23·스완지시티)은 “인터넷도 느리고 운동장도 이상해 지옥이 맞는 것 같다”고 노련하게 맞받아쳤다.

 한국(2승1무·승점 7)에 이어 A조 2위(1승1무1패·승점 4)인 이란은 자국 기자들한테도 훈련장을 봉쇄하며 한국전 필승을 외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4일 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란은 최근 8년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35승10무2패를 거둘 만큼 홈에서 강하다. 한국도 이란 원정 역대 전적이 2무2패다.

 이에 맞서는 최강희 감독은 무승부가 아닌 이기기 위한 경기를 펼치겠다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최 감독은 “이란행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부터 승부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물러나서도 안 되고 물러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이란에 도착한 한국 대표팀은 1273m 고지대와 척박한 기후, 지독한 텃세를 딛고 빠르게 현지에 적응하고 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유럽파 5인방이 이란 원정 첫승의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박주영(27·셀타비고)과 손흥민(20·함부르크)이 최전방 공격수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골문을 겨냥하고, 김보경(22·카디프시티)과 이청용(24·볼턴), 기성용이 중원을 책임진다. 특히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 2위(4골)를 달리고 있는 손흥민의 발끝이 매섭다. 최 감독은 “이란을 꺾으면 절대적으로 브라질 가는 길이 유리해진다. 최종예선 남은 네 경기 중 세 경기가 홈 경기다”라며 이란전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테헤란(이란)=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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