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스프린트 인수 200억 달러 ‘베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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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사진) 소프트뱅크 회장이 다시 한번 도박에 나선다. 소프트뱅크는 15일 미국 3위 무선통신사업자 스프린트의 지분 70%를 200억 달러(약 22조2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인수 금액 가운데 80억 달러는 스프린트가 발행하는 신주를 사들이고, 나머지 120억 달러는 기존 주주들에게서 매입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프린트는 미국 무선통신시장의 양대 산맥 버라이즌과 AT&T에 맞서기 위해 2005년 넥스텔과 합병했지만 매출 감소로 고전해 왔다. 지난달엔 미 통신시장 4위인 T-모바일도 메트로PCS와 합병 협상 중임을 밝혀 스프린트를 압박해 왔다. 더욱이 내년에 만기가 되는 210억 달러의 빚도 스프린트로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소프트뱅크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스프린트로선 현금을 수혈받아 빚 청산과 함께 작은 통신사 클리어와이어 인수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버라이즌과 AT&T에 뒤진 차세대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시급하다.

 재일교포 손 회장은 2006년 보다폰의 일본 법인을 인수해 일본 2위 무선통신사로 키워낸 바 있다. 이번 스프린트 인수는 글로벌 무선통신그룹을 꿈꿔온 손 회장의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미국 통신업계에선 스프린트가 몇 년 내로 T-모바일 인수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T-모바일은 AT&T로부터도 390억 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동으로 불발했다. FTC는 버라이즌과 AT&T에 의해 미 통신시장이 과점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입장이어서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기존 주주를 설득해 120억 달러어치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일본 통신시장 경험만 믿고 미국 시장에 뛰어드는 데 대해 스프린트 주주들도 반발이 심하다. 소프트뱅크도 빚이 많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15일 5% 이상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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