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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보물 … 일본서 온 명품 청자 왕중왕 다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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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2세기에 만들어진 ‘청자동녀형연적’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품이다. 소녀의 머리장식이 마개 역할을 하고, 손에 든 병의 입구에서 물이 나오도록 돼 있다. 섬세한 꽃 문양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일본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돼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빛깔은 어떤 색일까.

 중국 송나라 말기의 학자인 태평노인(太平老人)은 자신의 책 『수중금(袖中錦)』에서 천하 제일의 색으로 ‘고려비색(高麗秘色)’을 꼽았다. ‘비색(秘色)’, 혹은 ‘비색(翡色)’은 고려청자의 오묘한 푸른 빛을 표현하는 단어다. 당시 고려청자가 청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 국보 95호.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을 연다. 청자의 미(美)를 사랑하는 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자리다. 박물관이 1989년에 열었던 고려청자명품전 이후 무려 20여 년 만에 준비한 고려청자 특별전이다.

 초·중·고 미술 교과서에서 봤던 국보급 고려청자에서부터 고려인이 일상에서 사용했던 청자 밥그릇까지 다양한 청자 350여 점을 한 데 모았다. 국내 주요 박물관들이 소장한 작품은 물론이고, 일본의 여러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고려청자 20여점까지 빌려왔다. 국보 18점, 보물 11점에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2점까지 총 31점의 지정문화재가 전시에 나온다.

‘청자상감 연꽃넝쿨무늬벼루’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중국 뛰어넘는 고려의 기술=알려진 대로 청자는 중국에서 유입됐다. 하지만 고려는 500여 년에 걸친 기간 동안 자신만의 청자 제조법을 갈고 닦아 본고장의 수준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비색’과 ‘상감(象嵌) 기법’이다.

 상감은 도자기의 태토(胎土·바탕흙)에 무늬를 새기고 그 안에 흰색이나 붉은색 등 다른 색깔의 흙을 메워 넣는 형식의 장식 기법이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고려청자의 대표작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은 정교한 상감기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간송(澗松) 전형필 선생이 일본으로 팔릴 뻔한 이 청자를 1935년에 당시 돈으로 2만원, 기와집 스무채 값으로 인수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전시에서는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국보 66호)’과 일본 네즈미술관의 ‘청자음각연당초문정병’ 등 대표적 상감청자를 만나볼 수 있다. 장인이 실제 상감 작업을 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소개한다.

 ◆예술품 vs 일상용품=고려청자는 우리에겐 유물이지만, 고려인에게는 그릇으로도, 주전자로도 썼던 일상용품이었다. 여성들의 화장품을 담는 함으로도 쓰였고, 중요한 건축자재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전시에서는 우아한 도자기로서의 청자뿐 아니라 청자기와, 청자로 만든 의자, 베개 등 평소 관람객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청자 생활용품이 대거 선보인다.

 전시장을 돌며 고려청자의 역사와 기술력을 공부하고 나면, 마지막 섹션 ‘천하제일을 말하다’에서 최고 수준의 명품 청자 22점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목에 방울을 단 사자를 형상화한 ‘청자사자장식향로(국보 60호)’와 다양한 장식기법이 사용된 ‘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국보 95호)’, 학과 모란 잎이 새겨진 ‘청자상감모란넝쿨문주자(국보 116호)’ 등 교과서에서나 봤던 작품들의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일본 야마토문화관 소장 ‘청자구룡형정병’과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청자동녀/동자형연적’ 등도 국내 처음 선을 보인다. 관람료 3000원.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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