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친정도 휩쓴 전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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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떠나야 돼. 가기 싫어. 전주에 정 많이 들었는데.”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전태풍(32·사진)이 한 말이다. 전태풍은 지난해까지 세 시즌 동안 전주 KCC에서 뛰었다. 하승진과 콤비를 이루며 2010~2011 시즌 우승도 일궜다. 하지만 귀화 혼혈선수는 세 시즌 넘게 한 팀에서 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KCC를 떠나야 했다.

 14일 고양 체육관. 오리온스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전태풍이 친정팀 KCC와 만났다. 그는 “KCC와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승부는 냉정했다. 오리온스는 KCC를 71-64로 눌렀다. 18득점·7리바운드·6어시스트를 올린 전태풍이 선봉장이었다. 전태풍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너무 열심히 수비를 하다가 하늘 같은 선배였던 임재현(35)의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친했던 사이라 서로 씩 웃고 말았다. 지난 시즌 10개 팀 중 8위에 그쳤던 오리온스는 전태풍이 가세한 올 시즌 초반 2연승을 구가하고 있다. 전날 KT와 경기에서도 81-74로 이겼다. 전태풍은 KT전에서도 18점을 뽑아냈다. 전태풍은 아직 빨간색 유니폼이 낯설다. 하지만 오리온스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그는 “KCC는 나이 든 선수들이 있어서 재미있는 농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오리온스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빠르고 신나는 농구를 한다. 올해 목표는 팀 우승이다”며 웃었다.

 동부는 7년 만에 개막 2연패에 빠졌다. 동부는 14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SK에 92-93으로 졌다. 동부는 올 시즌을 앞두고 2m4㎝의 센터 이승준을 영입해 김주성(2m5㎝)과 더불어 강력한 트윈 타워를 만들었다. 그러나 수비가 문제였다. 동부는 지난 시즌 평균실점이 67.9점이었는데, 이날 SK에 93점을 내줬다. ‘동부산성’이란 별명이 무색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승준의 수비력이 기대 이하라는 점이다. 이승준은 이날도 수비 때 골밑을 비워뒀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이승준이 공격에서는 제몫을 할지 모르지만, 수비가 약해서 한 골을 넣으면 두 골을 내주는 셈이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원주=이은경 기자, 박소영 기자

◆프로농구 전적(14일)

동부 92-93 SK 전자랜드 76-81 인삼공사

모비스 82-72 KT 오리온스 71-64 KCC

삼성 65-44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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