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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밴드 ‘십센치’ “야한 가사 쓰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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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집을 발매한 인디 밴드 ‘십센치’의 권정열(왼쪽)과 윤철종. 1999년 경북 구미의 한 고교 밴드부 선후배로 만나 지금까지 함께 음악을 해왔다. 음악을 위해 동반입대까지 했을 정도의 찰떡궁합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너의 얘길 들었어/너는 벌써 30평에 사는구나/난 매일 라면만 먹어/나이를 먹어도 입맛이 안 변해/아임 파인 땡 큐 땡 큐 앤 유….’(십센치, ‘파인 땡 큐 앤 유’ 중)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애틋함을 생활밀착형의 톡톡 튀는 노랫말로, 우습지 않고 진지하게 표현해낸다.

이게 바로 ‘십센치 스타일’이다. 개성 있는 노랫말과 매끈한 어쿠스틱 선율로 사랑 받는 2인조 인디 밴드 ‘십센치(10cm)’가 두 번째 정규앨범 ‘2.0’을 내놨다. 1집의 동어반복 대신 더 성숙해진 음악으로 돌아온 그들을 12일 만났다.

십센치는 권정열(29·보컬·171cm), 윤철종(30·기타, 코러스·181cm)으로 구성됐다. 팀명은 둘의 키 차이가 딱 10cm여서다. 2010년 4월 EP(미니) 앨범으로 정식 데뷔했다. 같은 해 여름 발표한 싱글 ‘아메리카노’가 대박이 났고, 지난해 2월 발매한 1집은 3만 장 이상 판매됐다. 그 해 여름엔 MBC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에 출연하면서 전국구 스타가 됐다.

 -1집에 비해 차분해졌다.

 “돈을 더 벌 생각이었으면 1집과 비슷하게 만들었을 거다. 대중이 원하는 십센치가 어떤 건지 아니까. 젬베(아프리카 타악기)도 또 넣고, 가사도 더 달콤하고 통통 튀고…. 그런데 우린 이미 다른 음악에 꽂혀 있었다. 세련되고 트렌디한 사운드보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음악들의 생명력이 길다는 걸 깨달았다.”(권)

 2집을 지배하는 정서는 ‘추억’, 사운드는 복고에 가깝다. 올드팝 사운드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파인 땡 큐 앤 유’는 60년대 비틀즈의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저가의 빈티지 악기를 사용했다. ‘한강의 작별’ ‘그대와 나’ 등에선 80년대 가요의 진득한 감성이 느껴진다. 십센치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쿠스틱 기타와 젬베 사운드를 벗어나 좀 더 깊은 사운드를 담아냈다.

 -나이 영향도 있는 건가.

 “맞다. 1집엔 둘 다 20대 중반에 쓴 곡이 많다. 지금보다 치기 어렸을 때라 어떻게든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특이하게 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둘 다 서른 즈음이 되니 대놓고 강조하는 건 촌스럽게 느껴지더라.”(윤)

 -팬들이 생경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음원 사이트 댓글들을 유심히 본다. ‘전곡이 밋밋하고 졸려요’라는 리뷰가 있더라. ‘어우. 그렇게 의도하고 만든 건데, 당신 딱 걸려 들었어요. 고마워요’라고 생각했다.”(윤)

 감각적인 가사, 끈적끈적 감기는 목소리, 또 엉큼함이 묻어나는 일부 노래 가사에선 십센치의 색깔을 여전히 읽을 수 있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만질 때 코끝을 맴도는 그대만의 냄새…우 나도 몰래 너를 안은 채로 풀썩 쓰러지게 돼.’(‘냄새 나는 여자’)

 -야한 가사를 쓰는 이유는.

 “우린 30대 남자 둘이 어른이 듣는 노래를 하는 팀이다. 성인이라면 평소 섹슈얼한 생각도 하지 않나. 하고 싶은 얘길 하는 게 가사이니, 그런 쪽으로도 좋은 가사가 나오면 피하지 말자 했을 뿐이다.”(윤·권)

 이들은 바쁜 스케줄로 한동안 중단했던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반기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게릴라 식으로 공연 당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인터넷 카페에 대략의 장소만 공지할 계획. 가끔 싸우기도 하는지, 같이 사는지 궁금했다.

 “같이 살았으면 아마 해체했을걸요. 사랑하는 남녀도 매일 보면 지겹잖아요. 예전에 많이 싸워서 요즘엔 그럴 일도 없어요. 하하.”(윤·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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