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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삼성 탈피’ 전략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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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애플이 아이패드나 맥북 같은 기기 부품에서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만업체 TSMC와 쿼드코어칩을 개발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2007년 이후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삼성이 제조·공급해 온 양사의 협력관계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은 13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과의 모바일 칩 협력 관계를 재고하고 있다”며 파이퍼제프리의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 거스 리처드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최신 기술인 20나노 제조공정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내년 초 TSMC에 디자인과 요구사항이 담긴 최종 프로그램을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대만 언론 중경사(CENS)도 현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애플 쿼드코어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1~2년 내 애플에 이를 공급하는 유일한 20나노 공정 업체가 될 것”이라고 12일 보도했다. 기사에서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JT수는 “애플이 지난 8월 TSMC의 제조공정을 확인했고, 다음 달 시험 생산에 들어가 내년 4분기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며 “TSMC는 이를 위해 내후년까지 110억~120억 달러의 장비 투자를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쿼드코어 칩은 4개의 코어를 사용해 속도를 높인 것으로, 삼성 갤럭시S3와 LG전자 옵티머스G 같은 최신 스마트폰들이 채택했다. 지난달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5는 2개의 코어를 사용하는 듀얼코어 프로세서 A6를 탑재했으며, 이는 애플이 설계해 삼성이 제조했다.

 외신들은 애플의 이번 행보를 특허소송으로 인한 ‘탈(脫)삼성’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시넷과 인터뷰한 익명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삼성의 관계가 악화돼 기존에 계약한 물량을 채우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곧 계약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ENS는 “TSMC가 아이패드와 맥북은 물론 애플이 곧 내놓을 iTV용 쿼드코어 칩을 공급하게 돼 애플 제품에 쓰이는 삼성의 32나노 칩을 TSMC의 20나노 제품이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애플이 공급사와 낮은 이윤율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TSMC가 애플과의 계약을 주저했었다”며 “TSMC는 애플의 쿼드코어 칩을 개당 15달러 정도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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