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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재인, 천안함·NLL 입장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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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장 큰 의무는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군 최고통수권자의 지위를 부여한 건 그가 이 숭고한 의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어제 평택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북한 공격으로 두 동강 난 천안함의 참혹한 모습을 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는 차가운 바다에 말없이 수장된 46명 해군 용사에게 헌화를 한 뒤 “(천안함을) 일반 공개한 건 참 잘하신 것 같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들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죠”라고 말했다.

 두 동강 난 천안함은 마치 칼로 무의 한가운데를 자른 듯 거대한 금속 단면이 놀라울 정도로 선명한 모습을 띠고 있다. 선체 외판이 깊이 휘어져 있으며, 늘어져 있는 전선 끝단은 열로 녹은 게 아니라 깨끗하게 끊겨서 잘려나가 있다. 일반인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는 이 현장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버블 충격’으로 쪼개졌음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천안함은 내부 사고에 의한 폭발이나 암초에 걸려 ‘침몰’한 게 아니라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폭침(爆沈)’당한 것이다.

 민주당은 천안함 폭침 2년 반이 지나도록 ‘북한 책임론’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의 국민소통 부족과 정치적 이용 가능성만 되풀이했고 ‘미군 잠수함의 오폭 가능성’ ‘좌초와 함정 피로설’ 같은 유언비어의 원천 역할을 해왔다.

 유감스럽게도 문 후보는 이날 천안함을 찾아갔으면서도 수장된 46명 용사가 듣고 싶어 했던 폭침의 책임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문 후보는 표를 의식한 어정쩡한 입장에 머물러선 안 된다. 천안함 책임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본인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문 후보는 이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남북 간 해상 불가침경계선이다. 서해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해상영토인 NLL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아직 해명되지 않은 점이 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는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NLL 문제에 너무 경직된 자세를 보이는 바람에 남북 간 서해평화회담이 결렬됐다’는 취지로 비판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장관 회의에서 NLL 문제에 대해 너무 강경하다며 나에게 굽힐 것을 요구했다”(중앙일보 10월 12일자 8면)고 증언했다.

 문 후보는 당시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서 이런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NLL 논란에 대한 진상과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김장수 전 장관이 NLL을 양보했어야 맞다는 것인지, 당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굽힐 것을 요구한 것이 사실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등 회의적인 발언을 많이 했었다.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 후보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대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