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테러리즘의 위협 '벡터'

중앙일보

입력

뉴욕에서 양탄자 사업을 하는 제이슨 패퍼리스는 어느날 맨해튼의 사무실로 배달된 청소대행업체의 홍보카드를 받아들었다.

"말끔한 청소를 원하시면 우리를 부르세요" 라는 문구를 담은 카드였다.

그때 먼지처럼 흘러내린 황금색 가루를 대수롭지 않게 털어버린 제이슨은 그날 밤 갑작스런 폐렴증세와 함께 병원 응급실에서 죽어간다. 시체 부검을 맡은 뉴욕시 소속 중앙 검시의 사무국 의사는 폐와 뇌 속에 엉겨붙은 혈액을 발견하고, 탄저균 감염을 의심하게 된다.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 신간인 『벡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범인은 '아메리칸 드림' 을 꿈꾸며 미국에 온 뉴욕시의 택시운전사 유리 다비노프.

소련의 생물학 무기공장 '벡터' 에서 일했던 그는 자신의 꿈을 꺾어버린 미국사회에 복수할 것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이 책은 1977년 『코마』로 의학스릴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로빈 쿡의 19번째 작품.

요즘 서점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베스트셀러 SF소설에 비하면 소재 자체는 평범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날렵한 문체, 풍부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는 쿡만의 장기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그의 책을 "살아있다" 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을 작품 소재로 끌어들이는 저자의 안목 때문이다.

그는 몇년 전 소설 『바이러스』에서 아프리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을 예견했고, 『6번 염색체』에서 인간 유전자 복제에 대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번 주제는 표지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에게 다가온 생물 테러리즘의 공포' 다. 저자는 서문에서 몇년 전 도쿄 지하철에서 발생한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살포 사건' 과 최근 몇년 사이 미국에서 빈발하고 있는 소규모 생물학 테러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작품 속의 루 솔다노 형사의 목소리를 빌려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그것이 과연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가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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