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네티즌과 누리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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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세상이 활짝 열리면서 새로운 말들이 많이 생겨났다. 네티즌(netizen)도 그중 하나다. 네티즌은 영어 네트워크(network)와 시민(市民)이라는 뜻의 시티즌(citizen)이 결합해 생긴 말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처음에 네티즌이란 말을 만들어 낸 사람도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리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시민이 나온 배경을 보면 거기에 담겨 있는 의미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이란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력 창출의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 근대에는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 계급으로 시민 혁명을 주도한 계층을, 현대 사회에서는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 전체를 의미한다. 자발성과 보편성 및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이상수, 『Basic 고교생을 위한 사회 용어 사전』)

 하지만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사건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에서 보았듯이 상식적으로 용인하기 힘든 악성 댓글이 가져다주는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네티즌의 대체어로 ‘누리꾼’이란 단어가 선정돼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렸다. 접미사 ‘-꾼’엔 긍정적인 뜻과 부정적인 뜻이 다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뜻이 더 많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뒤에 숨어 오프라인에서는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는 저급한 욕설이나 비난, 비방을 인터넷 공간에 마구 쏟아내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꾼’일 뿐이다.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하여 논리적인 비판을 하거나 논의를 이끌어 사이버 공간의 글쓰기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사람들만이 ‘네티즌’이란 원말에 부합하는 ‘누리꾼’이다.

 누리꾼들은 네티즌이란 원래의 이름에 걸맞게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이버 공간을 건전하고 바람직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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