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00회 … 소극장 뮤지컬도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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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빨래(큰 사진), 김종욱 찾기(위 작은 사진), 오! 당신이 잠든 사이(아래 작은사진).

공연횟수 2000회.

 장수 뮤지컬을 가르는 기준점이다. 2000회를 넘기 위해선 최소 5년 이상 꾸준히 관객이 찾아와야 한다. 시간과 계층을 뛰어넘는 공감의 힘이 있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올해 소극장 뮤지컬 세 편이 잇따라 2000회를 돌파했다. 그것도 모두 창작 뮤지컬이다. 해외 대형 뮤지컬의 공세에도 주눅들지 않고 한국 뮤지컬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강점을 십분 발휘해 롱런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김종욱 찾기-작업용 뮤지컬

 “애프터로 활용하세요.”

 작품의 홍보 문구다. 이제 막 사랑을 하려는 젊은 남녀가 보기 안성맞춤인 뮤지컬이다. 통계상으로도 그렇다. 대부분 소극장 뮤지컬은 여성 관객 비율이 80%를 넘긴다. ‘김종욱 찾기’는 남녀 비율이 5대 5다. 남성이 표를 사서 여자친구와 보러 온다는 얘기다.

 데이트 뮤지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스토리 덕이 크다. 여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적인 첫사랑, 김종욱을 찾으려 인도 여행길에 오른다. 어렵게 헤매며 찾은 대답은 다소 선문답 같다. 운명적인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닌,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거다. 서먹했던 남녀 관객이 빙긋 미소 짓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0년 공유·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후 탄력을 더욱 받았다. 1인20역을 소화하는 멀티맨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공연정보=두 군데서 한다.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1관 오픈런. 서울 영등포 CGV팝아트홀 11월 7일∼내년 1월 6일. 1588-0688

 
 ◆오! 당신이 잠든 사이-반전 있는 뮤지컬

 스토리가 탄탄하다. 지방에 요양병원이 있다. 원장은 기부금이 필요했고, 환자들의 일상이 담긴 방송을 내보낸다는 묘안을 짜냈다. 근데 이게 웬일. 방송 당일, 가장 찡한 사연을 가진 할아버지가 사라지고 만다. 노인을 찾기 위한 동분서주가 시작되고, 그 와중 환자들의 사연은 하나 둘 드러나며 예상 밖의 결말로 내닫게 된다.

 겉포장은 추리극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기본적으론 따뜻하다. 감동 스토리에 눈물 짓는 관객이 적지 않다. 출연진 7명이 교묘하게 얽혀 있고, 그 실타래를 풀 때의 짜릿함도 있다.

 이 작품으로 김재범·성두섭·최성원 등이 인기 뮤지컬 배우로 발돋움하게 됐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작품이다.

 ▶공연정보=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2관 오픈런. 1588-0688

 
 ◆빨래-힐링 뮤지컬

 몽골 출신 솔롱고가 주인공이다. 이주 노동자,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메시지가 적지 않다. 지나치게 무거운 이야기일 거라 짐작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마음을 치유케 하는 뮤지컬이다. 누구나 한번쯤 좌절과 아픔을 겪지 않았던가. 공감의 진폭이 강하다.

 에피소드의 생생함 덕이다. 여기에 음악 또한 울림이 크다. 중·고 국어 교과서에 대본 일부가 실려 화제가 됐다. 일본에도 진출했다. 올 2월 도쿄 미츠코시 극장 공연을 필두로 4번 무대에 올랐다. 단순히 1회성 해외 공연이 아닌, 일본 배우가 일본어로 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완성도, 사회적 반향 등 여러모로 4000회 공연에 성공한 ‘지하철 1호선’의 적자(嫡子)라는 평가다.

 ▶공연정보=서울 대학로 학전 그린 소극장, 10월12일∼11월11일. 02-928-3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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