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판 실리콘밸리' 만들어질 5곳 어딘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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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일 “내년에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추진해 오던 대규모 R&D 계획을 종합 점검해 투자에 속도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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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현재 서울·수원·평택·화성 등 5곳에 R&D센터와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연면적만 모두 505만㎡(약 156만 평)에 달한다. 이 가운데 3개 연구단지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하 5층, 지상 25층 규모의 쌍둥이 건물로 들어서는 수원연구소 R5는 내년 5월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R5 인근에는 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정밀화학·삼성코닝정밀소재의 5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수원 전자소재 연구단지도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R&D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에 건설 중인 부품연구동은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세 연구소의 연면적은 대덕 테크노밸리의 두 배인 80만㎡로, 새로 유입될 연구 인력만 2만3000명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이들 단지에서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방법과 미래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그리핀과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 연구소를 모두 완공하면 수원·화성 일대에 소재·부품·세트로 이어지는 삼성판 실리콘밸리가 완성된다”며 “투자계획을 면밀히 점검해 완공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착공한 우면동 R&D센터는 삼성전자가 서울에 짓는 첫 연구단지다. 지상 10층, 지하 5층짜리 6개 건물이 들어서는 이 센터에는 대지 구입비 2000억원과 건축비 1조원 등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완공되고 나면 연구 인력 1만여 명이 근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우면동 R&D센터를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부문의 연구기지로 키울 계획이다.

 평택 고덕산업단지는 2015년 12월 산업단지 조성이 완료된다. 여기에는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수종 사업 분야가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시가 지난 5일 개최한 ‘삼성전자의 평택 입지에 따른 지역개발 방안’ 세미나에서 이원빈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정책연구관은 “고덕단지가 완공되면 평택 지역에 생산 13조1221억원, 부가가치 4조886억원, 신규 고용 7만1922명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경기 악화로 투자 규모를 줄이는 다른 기업들과는 상반된다. 회사 관계자는 “오랜 경험상 경기가 나쁠수록 R&D에 투자해 신성장동력 기반을 미리 확보해 둬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사상 첫 ‘50조원대 매출, 8조원대 영업이익’이라는 실적을 올렸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기록이 꼭짓점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이날 오전에 사장단회의에서 강사로 나선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내년에도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고 긴축 재정에 나선 미국 경기도 악화될 전망이며 중국도 8% 이하의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R&D 투자는 49조89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어섰다. 총액 기준으로는 세계 6위, GDP 대비 비중은 이스라엘(4.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73%인 36조 8000억원을 기업들이 담당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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