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만화' 폭력성 가장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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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폭력적인 TV프로그램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월이래 프로그램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시청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방송진흥원(원장 이경자) 의 이기현 책임연구원이 4일 발표한 보고서 '프로그램 등급제 관련 시청률 및 프로그램 내용 분석' 에 따르면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송된 영화를 즐긴 시청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등급제가 적용되는 만화.외화 시리즈.영화.뮤직비디오(공중파 방송은 제외) 를 대상으로 올 1월부터 4개월동안 이뤄졌다.

4월 중 KBS2 '토요명화' 시간에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영된 '카라' 의 경우 19세 미만 시청자 집단의 시청률이 9.2%로 20~29세 시청자 집단 시청률 4.2%의 두 배에 달했다.

'선체이서' (KBS1 '명화극장' ) ,
'세상 밖으로' (MBC '일요심야극장' ) ,
'분노의 목격자' (SBS '영화특급' ) 등 상당수 심야영화들도 10대들이 많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원은 "등급제에 대한 방송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부모들의 충분한 시청지도가 없이는 부적절한 시청행위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또 등급제가 적용된 어린이 만화에 폭력적 화면이 넘쳐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의 등급을 매기고 있는 현실과도 관련 있는 것이다.

3월 4일부터 일주일간 방영된 만화.영화를 대상으로 방송 3사 4개 채널의 폭력성 빈도를 조사한 결과 KBS2 1백50건, SBS 1백22건, MBC 57건, KBS134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등급별로 폭력 장면의 빈도를 보면 만화가 대부분인 '7세 이상 시청가' 가 1백55건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15세 이상 시청가(1백7건) , 12세 이상 시청가(34건) 순이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등급제 본래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확대 적용될 쇼 및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등급 분류 기준을 정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등급 분류의 경우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문제삼을지 전체 맥락을 고려하며 폭력적.선정적인 의미를 찾아내야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며 "무엇보다 등급제 시행의 주체인 방송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절실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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