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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보통신 주도하는 북유럽

중앙일보

입력

작지만 강한 나라. 스웨덴.핀란드.네덜란드 등 ''강소국(强小國) '' 으로 불리는 유럽 나라들에 대한 관심이 새삼 커지고 있다.

경제 여건이 한국과 비슷한 이들이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한 비결을 분석한다. 곤경에 처한 우리 경제의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서다.

근래 북구 지역엔 국내 정부기관.기업.연구소 등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스웨덴 현지에서 통역을 도맡아 온 교민 전수빈씨는 "올 들어 한 주에 두번 꼴로 한국 시찰단을 맞았다" 고 말했다.

방문 목적도 다양하다. 정보통신.원자력발전 등 첨단기술 현황에서 노사문화.기업인프라.가족계획.인사제도.전자정부시스템의 벤치마킹 등에 이르기까지 관심사가 폭넓다.

이들 나라가 이처럼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구의 강소국들은 가용 국토면적과 내수시장이 좁아 첨단기술과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는 점에서 한국을 빼닮았다. "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경영대학원의 뤽 소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 빼어난 경제 성적표=핀란드는 1995년부터 5년간 개도국에 버금가는 연평균 4.8%의 고도 성장을 했다.

다른 북서 유럽 국가들도 유럽연합(EU) 의 평균치 이상으로 경제가 커져 대부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한다.

나라 면적이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만한 네덜란드, 인구가 9백여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에는 세계 5백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 각각 14개, 7개(한국은 4개) 가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 이 매긴 나라의 총체적 경쟁력을 봐도 핀란드.네덜란드.스웨덴 3국이 10위 안에 들었다.

독일(12위) .영국(19위) .프랑스(25위) .일본(26위) 등 전통 강대국들을 멀리 따돌리고 있는 것.

이런 성과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물론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는 정부의 오랜 노력'' (핀란드 투자청의 올린 린드블라드 부사장) 과 ''독특한 국민성에서 나온 노사 타협 문화'' (삼성전자 김동면 네덜란드 법인장) 가 받쳐준 결과라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인철 박사는 "노사화합에다 대기업의 투명경영.사회공헌 노력이 더해져 경제력 집중과 같은 부정적 인식이 없다는 점도 기업활동에 큰 보탬" 이라고 말했다.

◇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들의 성공 원인은 일찍이 80년대부터 정보통신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삼아 집중 육성한 일이다.

에릭슨.노키아는 각각 스웨덴과 핀란드의 최대 기업으로 나라를 먹여살리는 세계적 자랑거리로 컸다.

두 회사 모두 지난달 하순 1천여명에서 1만여명에 이르는 대량 감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핵심기술 투자에 전력하는 계기로 삼을 태세다.

노키아의 아리야 수미넨 홍보이사는 "최근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제3세대 이동통신(3G) 사업을 위한 투자는 한푼도 깎지 않겠다" 고 힘줘 말했다.

정보통신의 세계 정상답게 스웨덴과 핀란드는 세계적 기업들의 시험 무대가 됐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이어 세계 2위의 정보통신 메카인 스웨덴 시스타 과학단지에는 에릭슨을 비롯해 인텔.컴팩.IBM.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굴지의 정보통신 기업들이 빠짐없이 입주해 있다.

삼성전자 고대윤 스웨덴 법인장은 "노르딕 시장(북구 3국) 에서 성능이 입증된 제품이나 기술은 곧바로 세계적인 것으로 인정받는다" 면서 "한국도 북구를 단순한 수출 전진기지가 아니라 기술이전.제휴의 무대로 삼아야 한다" 고 말했다.

[스톡홀름.헬싱키=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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