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체험이 최고의 영양교육” 복지아동에 사랑의 재능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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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묵묵히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사람들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교육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요즘, 그런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재능과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천안영양교사회 회원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천안지역 일선 학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는 현재 총 60명. 이들 영양교사들은 지난 2007년 영양사에서 영양교사로 전환되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일부에서 교사 전환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고 영양교사들은 교육계의 반응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영양교사들은 교사로 전환된 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동안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던 영양교사들은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무언가 뜻깊은 일을 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자신들의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후 천안영양교사회는 매년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도 천안영양교사회는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사회복지법인 신아원을 방문했다.

이번 봉사활동의 책임을 맡은 김영분(신흥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신아원 원생들과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천안영양교사회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신아원을 방문해 원생들과 송편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영양교사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음식을 만드는 일이잖아요. 또 최근 학생들이 햄버거나 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전통음식인 떡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직접 영양교사들과 신아원 원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송편 빚기 체험 시간을 마련했어요. 생각보다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아 기뻤고 송편을 나눠먹으며 엄마와 자식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 보람 있는 행사였습니다.”

영양교사회는 이번 송편 빚기 체험에 앞서 전통 식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쌀을 활용한 전통음식의 다양성을 교육하기 위해 ‘전통떡 만들기’ 동아리를 운영하며 차근차근 수업모델을 개발해왔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내 송편이 제일 잘 나가’라는 주제의 콘테스트를 마련하고 각 조별로 송편을 빚게 해 시상하는 등 원생들의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우주선부터 다람쥐, 친구 얼굴 등 다양한 작품(?)이 출품됐어요. 또 시상에 관계없이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본다는 점이 신기했는지 원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거운 하루였어요. 특히 천안교육지원청 류광선 교육장님이 행사장을 방문해 원생들을 격려하고 송편 빚기에도 참여해 더욱 뜻깊은 행사였어요.”

영양교사회는 이번 행사 외에도 올 겨울 소외 계층을 위한 김장 나누기와 연탄 나르기 등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일에는 논산 중앙초등학교에서 열린 ‘2012 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영양나눔 축제’에 참여해 학교급식의 질 향상을 위한 친환경 급식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 교과별 식생활교육 및 수업 능력 향상을 위한 기초 마련,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효과적인 영양상담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등 본연의 업무에도 소홀함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는 천안 지역 각급 학교에 근무중인 60명의 영양교사가 전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은경(서초등학교 영양교사) 천안영양교사회 회장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는 경험만큼 효과적인 영양교육은 없다”며 “이번 행사는 다양한 전통음식 체험을 통한 영양교육 수업모델을 개발하고 더불어 소외 계층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정말 뜻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류광선 교육장은 “학교에서 우리의 우수한 식문화를 교육하는 영양교사들과 보람 있는 행사를 하게 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교사들의 교육기부를 통한 사랑과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편 천안영양교사회 회원들은 매월 2만원의 회비를 모아 해마다 전통음식 만들기, 김장 나누기, 연탄 나르기 등의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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