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세포로 난자 만드는 원천기술 … 노벨 생리·의학상에 야마나카·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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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성숙 세포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왼쪽)와 존 거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도쿄 AP=연합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50) 교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존 거던(79) 박사가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8일 “두 과학자는 이미 성숙해서 제 기능이 정해진 세포라도 인체의 모든 형태의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미성숙 세포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이를 통해 질병을 연구, 진단하고 치료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줄기세포학회 회장인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동물의 성숙한 체세포를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었다. 이어 사람의 체세포로도 iPS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일본 교토대 사이토 미치노리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쥐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난자를 만든 것도 이 기술을 이용해서다.

야마나카 교수는 교토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집 세탁기에서 덜컹덜컹 소리가 나서 이를 고치려 할 때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휴대전화가 왔다. 전혀 수상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iPS 세포기술은 매우 큰 가능성이 있는 분야지만 정말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며 “ 괴롭겠지만 희망을 버리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환자들에게 당부했다.

 거던 박사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세포·조직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연구하는 발생학의 ‘대부’로도 불린다. 동물의 체세포를 이용해 개구리를 시작으로 양·소·개 등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야마나카 교수의 노벨상 수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벨상 성적은 1대 19로 벌어지게 됐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피부나 심장 등 특정 세포로 완전히 다 자란 세포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만든 줄기세포. 생명 파괴 논란이 있는 배아를 사용하지 않고, 얻기 쉬운 피부 세포로 만들면서도 여러 장기세포로 커 가는 능력이 배아줄기세포처럼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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