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4선 … 2019년까지 집권, 심기 불편한 미국 “투표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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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릴레스

우고 차베스(58)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4선이 확정되자 반미 성향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일제히 환영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국가 지도자들도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 반미·좌파의 아이콘인 차베스 대통령은 연임 성공으로 이들 국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석유 매장량 1위, 수출 5위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가 계속 집권하게 됨에 따라 미국은 앞마당인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회복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넨(공화·플로리다)은 8일 성명에서 “차베스가 권력을 잡으려고 자신의 입맛대로 투표를 조작했다”고 비난하고 “그가 이란과 쿠바의 독재자들처럼 자신의 증오와 폭정을 계속 국외로 전파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암 진단 이후 세 번의 수술과 화학요법·방사선 치료를 받은 차베스는 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54%의 득표율로 야권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40)를 누르고 4선에 성공했다. 1999년 집권한 차베스 대통령은 이로써 내년 1월 10일부터 2019년까지 6년 더 총 20년 집권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당선 확정 직후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그동안의 비판을 의식한 듯 “더 나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막판 선전에도 불구하고 45%의 득표율에 그쳐 패배한 카프릴레스 후보는 선거결과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베스는 이번 대선 승리를 계기로 쇠락한 지도자 이미지에서 탈피해 부활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일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 독립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의 칼을 휘두르며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년 집권 동안 고유가에 힘입어 벌어들인 1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빈곤층을 위한 복지재원에 대거 투입해 인기를 유지해 왔다. ‘차비스타스’라 불리는 차베스 열렬지지층은 이번 선거에서 그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치솟는 범죄율과 인플레, 뿌리 깊은 부패와 전력난·식량난 등은 종신집권을 노리는 차베스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다.

 지난 7월 암에서 완쾌했다고 선언하기는 했지만 차베스가 건강한 모습으로 6년의 새 임기를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차베스는 선거운동 기간 중 “보는 바와 같이 건강하지 않으냐”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완전히 건강을 되찾기까지는 몇 년은 더 기다려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차베스의 4선 성공으로 중남미 좌파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초 3선에 도전하는 에콰도르의 코레아 대통령은 자신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차베스의 승리에 고무돼 있다. 2010년 재선한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이 급락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번 베네수엘라 대선이 반등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4선 성공 차베스 대통령

1992년 2월  공수부대 차베스 중령, 쿠데타 실패
1998년 12월  대선 출마, 56% 득표율로 당선
2000년 7월  신헌법 체제 첫 대선에서 재선
2002년 4월  군부 쿠데타로 47시간 실각했다 복귀
2006년 12월  3선. 베네수엘라식 사회주의 천명
2011년 6월  쿠바에서 암 수술
2013년 1월  4번째 임기(6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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