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내 신명, 싸이 말춤과 통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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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광대 인생 60년 기념 무대를 꾸미는 김덕수. “지구촌 시대일수록 본질이 되는 우리 것을 지키면서 세계인과 함께 공감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중앙포토]

“올해 제 환갑을 맞아 아는 선생님들께서 아호를 선물해 주셨어요. ‘신명’. ‘신명으로 살다 신명으로 가니 그만한 아호가 어디 있겠느냐’ 하시대요.”

 사물놀이 하면 김덕수(60), 김덕수 하면 사물놀이가 됐다. 그는 1978년 사물놀이패를 창단한 뒤 전세계에 우리 소리의 우수함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김씨가 광대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흥’(부제 ‘길 위의 노래’)을 연다. 환갑 기념 공연이기도 하다.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오랜 세월 사물놀이를, 김덕수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바치는 무대”라고 했다.

7살 때의 김덕수씨.

 “어찌하다 보니 제 이름 앞에 ‘60년’이란 단어가 붙게 됐네요. 저의 이런 시간이 축이 돼서 다음 후배 세대들에게 어떤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줄 수 있는 음악회가 되지 않을까 해요.”

 이번 공연은 크게 둘로 나눠진다. 1부는 고대 제천의식부터 시작해 길놀이, 마당놀이, 그리고 사물놀이 탄생 과정까지가 그려진다. 2부에는 사물놀이의 현재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담았다.

 지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명창 안숙선, 오정해와 젊은 국악 5인조 ‘앙상블 시나위’, 3인조 유럽 재즈 그룹 ‘레드선’, 한국 무용가이자 김덕수의 부인인 김리혜 등이 음악극을 펼친다. 공연 연출을 맡은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는 “선생님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고, 미래에는 어떠한 길을 가야 할지 모색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뚝심은 여전했다. 그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자신의 역할은 “우리의 장단을 세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싸이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이유도 우리 마당의 신명을 가졌기 때문이죠. ‘말춤’의 근본이 막춤 아닌가요. 그게 바로 우리 마당의 열정이고 경쟁력이죠.”

 김씨는 남사당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장구를 다루며 놀았다. 다섯 살 때 남사당패 무동(舞童)으로 전통예술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국악예술고등학교에서 우리 소리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하면서 활발한 공연을 펼쳤다. 그러다 70년대 ‘데모의 앞잡이’라고 찍혀 풍물연주가 금지되기도 했다.

 김씨는 “거리에서 풍물을 하다 도로교통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서에 잡혀간 것만 서너 번”이라고 기억했다. 이후 그는 소극장에서 연주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꽹과리·징·장구·북’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사물놀이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세계를 돌며 매년 150회 넘는 공연을 펼쳤다.

 김씨에게도 아직 못다한 일이 있었다. “우리의 덩실대는 신명을 제대로 남기고 가르칠 수 있는 교재·교육법을 완성하는 것도 내 남은 숙제”라고 했다.

 “그 일의 바탕은 죽자 사자 매일 연주하는 겁니다. 왜냐고요. 연주를 안 하면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숨 끊어질 때까지 연주 할 겁니다.”

▶김덕수 광대인생 60주년 기념공연 ‘흥’=27일 오후 7시, 28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764-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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