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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 피해’ 1조원 집단소송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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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불산(불화수소) 누출 사고 피해지역 주민들이 7일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코에 마련된 이동검진소에서 채혈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불산(불화수소) 누출 사고 피해를 본 구미시민들이 정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을 상대로 1조원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인 구미낙동강공동체 배문용(58) 위원장은 7일 “피해 조사가 끝나는 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사고를 낸 ㈜휴브글로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한국산업안전공단에는 불산 탱크의 안전을 챙기지 못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낙동강공동체 고문변호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곧 꾸릴 예정이다. 시민단체가 1조원대로 소송금액을 잡은 것은 불산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피해자 3000여 명이 앞으로 10년간 검진을 받고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금액을 추산한 것이다. 배 위원장은 “마을 주민 이외 2, 3차 피해를 본 시민들의 보상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불산 직격탄을 맞은 산동면 봉산리·임천리 주민들은 6일 마을을 떠나 10여㎞ 떨어진 백현리 자원화시설 등지로 옮겼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마을을 찾아 주민을 만나고 떠난 직후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1차 대피에 이은 열흘 만의 2차 주민 대피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은 옷가지만 챙겨 이동 버스에 황급히 올랐다. 봉산리 주민 권소선(87·여)씨는 “6·25 이후 피난은 처음”이라며 “전쟁 때는 대포 소리만 들렸는데 지금은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날 2차 주민 대피는 봉산리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은 “ 사고 발생 18시간이 지난 뒤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1만원짜리 검사지로 조사를 벌였고, 이 결과만으로 성급하게 주민들의 복귀를 결정해 2차 피해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사고 지점 5m 이내에서의 불산 검출 조사는 모두 간이검사 방식으로 측정됐고, 이중 2건은 당시 소방용수로 인해 공기 중 수분이 많아 정확한 검사 결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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