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스테이지] 미술품 운송전문사 김성국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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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은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합니다. 용달차에 싣고 꺼먼 고무바로 칭칭 감아서 운반하는 건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

미술품 운송 전문회사 '코리아트 서비스' 의 김성국(39) 대표는 "유명 작가들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을 아무렇게나 운반하는 예가 많다" 고 지적했다.

김대표는 국내에 '미술품 운송업' 이라는 업종을 개척한 인물. 대학 졸업 직후인 1986년에 동부고속에 입사하면서 이 분야에 눈을 떴다. 그 해에 서울 워커힐 미술관 세계현대미술전 운송을 맡았던 게 계기가 됐다.

"특별히 고급스럽게 운송하고 비싼 운임을 청구했는데 별말없이 돈을 내주던 게 인상깊었습니다. "

89년엔 일본의 야마토 운수에 연수를 가서 3개월동안 미술품 운송기법을 배웠다.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무조건 현장을 따라다니며 몸으로 배웠지요. "

창피한 장면도 보았다. 일본 동경현대미술관에서 '세계의 현대미술전' 을 준비할 때였다.

"미술관 직원들이 모여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웅성웅성하는게 보였어요. 한국에서 온 작품의 포장을 비웃고 있었던 거지요. 길다란 작품 여러점을 얄팍한 에어캡(공기방울이 들어간 완충용 비닐) 으로 한꺼번에 싸서 뻘건 테이프로 둘둘 말아놓았더군요. "

귀국후 회사에 보고서를 올려 미술품 운송을 전담키로 하고 팀장을 맡게됐다. 97년 외환위기때 동부고속이 동부건설로 편입되면서 회사를 나와 독립했다. 현재 미술품 운송시장은 전문업체인 코리아트와 동부아트, 그리고 대형운송사인 대한통운이 과점하고 있는 상태.

코리아트는 성철 스님 사리함 안치작업, 로댕갤러리 개관기념전, 삼성문화재단 백남준 비디오아트전 등 중요 미술품의 운송에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98년 일민미술관에서 심수관 도자전을 할 때는 일본 가고시마현의 심수관옹 자택으로 무작정 찾아가서 운송을 따내기도 했다.

"그동안의 실적과 경력을 설명해드렸더니 야마토 운수에 '한국내 운송은 미스터 김에게 줘라' 고 지시를 하시더군요. "

지난 3월엔 국내 최초로 일본 국립박물관에 들어가서 작품을 가져오는 쾌거를 올렸다. 일본 국립 나고야성 박물관과 국립진주박물관간의 연례 교류전이었다.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가 제가 작품을 직접 포장해서 가져왔어요. 드디어 일본에서 자기네 전문가 못지 않다는 인정을 받은 거지요. "

그의 철학은 "작품은 자기 아기 대하듯 하면 된다. "
"포장도 예술이다" 는 두마디로 요약된다.

이는 지난해 9월 열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의 문화상품 특별전에서 나타난다.

"인간문화재들이 만든 공예품 2천점을 한점도 파손하지 않고 운반했지요. 생각하면 당연한 건데 주최측에서 감탄을 하더군요"

그는 국내의 풍토에 대해 "작가나 큐레이터들이 미술품 운송을 그저 '옮겨놓는다' 는 개념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고 개탄했다. "

심지어 승용차 위에 묶어서 작품을 운반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진동이 계속되면 물감이 캔버스에서 조금씩 분리되는데도 말예요. "

중요한 작품은 항온항습 기능.인공위성위치파악 시스템.자체 리프트.차내외 감시카메라를 갖춘 무진동차량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사동에서 청담동까지 1백호 크기 그림 한점을 옮기는데 용달차로는 3만원인데 무진동차량으로는 10만원이 듭니다. 하지만 전문성을 생각하면 비싼 것이 아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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