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말리는 것도 첨단기술… 쓰레기에서 금맥 캔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1호 22면

‘말리는 기술’ 하나로 환경산업의 삼성전자를 일구겠다는 경영자가 있다. 엔바이오컨스의 성일종(51·사진) 대표다.

환경에너지 업체 엔바이오컨스 성일종 대표 인터뷰

우리 주변의 쓰고 남은 온갖 찌꺼기들을 순식간에 바싹 말려서 사료·연료로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쓸모없어 보이는 공장 폐기물이나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sludge)의 수분을 빨리 싸게 빼내는 첨단기술이다. 그래서 성 대표는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는 재활용 철학을 신봉한다. 환경에너지 업체라는 말보다 자원순환 업체, 생명순환 업체 같은 표현을 더 좋아하는 까닭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증권사와 경남기업 재무책임자(CFO)를 거친 그는 1999년 이 회사를 세웠다.

-잘 말리는 기술 하나로 하수 슬러지 건조·연료화 사업의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는데.
“이제 일본과 인도·터키 등지에서 건조기 수출이나 기술협력 제의가 오고 있다. 수년간 매출이 연평균 두 배씩 뛰고 올 상반기 매출도 23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 49억원으로 수익성도 괜찮다. 2년 뒤 연 1000억원 매출이 목표다.”

-폐기물과 10년 넘게 씨름해 ‘쓰레기 박사’란 소리를 듣는다던데. 어떤 것들을 다루나.
“‘쓰레기 같다’고 하면 더럽고 쓸모없다는 뜻이지만 내 눈에 쓰레기는 돈으로 보인다.(웃음) 음식물 쓰레기는 ‘잔반 자원’ 정도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쓰레기는 크게 사람·동물의 배설물과 산업 폐기물,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생활 폐기물 등으로 나뉜다. 동물 쓰레기는 기술 진보로 재활용 비율이 늘었다. 하수 슬러지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오수·오물을 먹어 치운 미생물의 죽은 찌꺼기가 가라앉은 것이다. 그동안 이를 긁어서 탈수·분쇄 후 전북 군산과 경북 울진·포항 앞바다 100㎞ 안팎 근해에 뿌려왔다. 하지만 런던협약에 따라 올해부터 해양 투기가 금지됐다. 재활용하거나 땅에 묻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겐 사업 기회다.”

엔바이오컨스의 하수 슬러지 첨단 처리시설. 작은 사진은 급속 건조한 슬러지.

-하수 슬러지 처리기술로 명성을 얻었는데.
“우리나라 수도권 매립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처리장이다. 이곳에서 입찰이 붙으면 내로라하는 세계적 환경업체들이 다 달려든다. 이런 격전장에서 2009년 독자기술로 슬러지 자원화 시설을 수주했다. 이 처리장에서 하루 1000t의 하수 슬러지를 처리하고 200t은 연료를 만들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등지에 공급한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말리는 기술’이 왜 그리 중요한가.
“폐기물은 재활용하든 버리든 말려서 부피와 무게를 많이 줄여야 한다. 말리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빨리 싸게 말려야 경제적이다. 하수 슬러지는 물이 80% 이상이니까 잘 말리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

-엔바이오컨스의 기술은 뭐가 뛰어난가.
“건조하는 데 에너지가 덜 들고 고효율이어야 하며, 고속 회전 파쇄 장치가 정교하고 건조 때 악취가 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영문 머리글자를 딴 ‘세이프(SAFE)’란 이름의 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이런 원리다. 말리는 데는 크게 바람과 열이 필수적이다. 큰 원통 모양의 건조기 안에서 열과 바람으로 각종 폐기물을 말리면 둥글둥글 뭉쳐진다. 그러다 보면 겉부분은 빨리, 속은 더디게 마른다. 이것이 건조 효율을 깎아먹는다. 그래서 그때그때 파쇄기에 넣어서 잘게 부숴줘야 한다.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건조기의 온도와 바람의 방향을 최적화하고 폐기물을 잘게 부수는 기계 특성이 이것과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남들이 쉽사리 따라 하기 힘든 진입장벽 높은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말리는 폐기물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슬러지 투입에서 건조까지의 시간 싸움이다. 이 분야에선 스위스·오스트리아의 2개 기업이 세계 정상급인데, 이제 우리가 낫다.”

-연구개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할 텐데.
“중소기업이라 직원 수는 많지 않지만 소수 정예다. 70여 명의 임직원 중 나와 비서, 회계를 빼면 대부분 R&D 인력이다. 박사 7명 등 A급으로 분류된 20여 명을 중심으로 능력과 경륜·열정으로 뭉친 엔지니어들이 불철주야 일한다. 모두 시스템 설계와 운영을 할 줄 안다. 그래야 현장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출의 4분의 1 정도는 R&D 몫이다. 이직률이 근래 거의 제로라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그 나라의 문화·기후적 특성을 잘 따져 현지화해야 성공한다. 가령 염분과 물기가 많은 우리나라 음식을 처리하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끈적끈적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데다 염분이 3%에 가까워 그냥 퇴비로 쓰면 토양을 황폐화시킨다. 미생물 처리를 하려 해도 잘 썩지 않고, 날씨가 추운 겨울철이 길어 그 효율이 떨어진다.”

-폐기물 처리 업체를 벗어나 석탄 에너지 업체로 다각화한다는데.
“이른바 ‘석탄 개질(改質)’사업이다. 수분이 많아 ㎏당 열량이 5000㎉를 밑도는 저급 석탄을 말려서 화력발전 가능한 6000㎉ 이상 급으로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연구소가 있는 경남 밀양에 관련 설비를 완공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새 수종(樹種)사업이 될 수도 있다. 일반 석탄은 고갈되고 있지만 저급 석탄은 아직 널리 묻혀 있다. 근래 일본·미국·호주 등지에서 저급 석탄의 에너지화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