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커플 '슈렉' 한국서도 일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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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쥐 바베큐를 먹는 공주와 귀지를 뽑아내 촛불 심지로 쓰는 초록색 괴물. 이 엽기적인 커플의 '동화 비틀기' 가 지금 세계 영화계에서 화제다.

다음달 6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드림웍스의 네번째 애니메이션 '슈렉' 이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약 25년만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고, 지난 17일에는 개봉한 지 한달 만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수익 2억달러(약 2천6백억원) 를 돌파하는 '괴력' 을 과시했다.

때문에 드림웍스가 1998년 '개미' 로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벅스 라이프' 로 코웃음쳤던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성공 비결='디즈니 뒤집기' 로 요약되는 관습의 탈피다. 마법에 걸린 공주를 찾아온 기사는 왕자가 아닌 뿔 달린 괴물이었고,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받지만 공주의 마법은 풀리지 않는다.

공주가 추녀인 채로 남는다는 설정은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들의 '해피 엔딩' 의 관습을 조롱한다.

'신데렐라' '세 마리의 새끼 돼지' 등 잘 알려진 '디즈니 클래식' 은 물론, '와호장룡' '제 5원소' 등 각종 영화의 패러디를 끼워 넣어 신선함을 더한 점 역시 흥행 요인으로 분석된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것과 동시에 동시대의 감각을 건드리는 전략이다.

피오나 공주가 '매트릭스' 의 공중 발차기를 재연할 때 젊은 관객들의 호흡은 순간 정지한다. 뱀으로 풍선을 불어 만들고, 공주의 아리아를 따라하다 새의 몸이 뻥 터지는 등의 포복절도할 유머도 한몫 함은 물론이다.

▶ '2억달러 클럽' 가입=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흥행 수익이 2억달러를 넘는 것은 '라이언 킹' '알라딘' '토이 스토리2' 등 세 편뿐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슈렉' 이 '토이 스토리2' 의 기록인 2억4천6백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첫 주말 수입은 향후 성적을 점치는 잣대로, '슈렉' 은 첫 주말에 4천2백34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지금까지 디즈니 작품을 제외하고 개봉 주말 성적 10걸에 든 애니메이션은 '슈렉' 을 포함해 '포켓 몬스터' (워너 브러더스.3천1백만달러) , '러그래츠 무비' (패러마운트.2천7백30만달러) 등 세 편뿐이다.

▶초조한 디즈니사=올 여름 흥행 카드로 내놓은 '아틀랜티스-잃어버린 제국' 이 지난 10일 개봉 후 2주 동안 2천만달러를 넘어서며 간신히 체면 유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뮤지컬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등 기존의 디즈니 노선과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또 '슈렉' 같은 3D물로 옮겨가는 관객들의 취향도 걸림돌이다. 전체 관람가.

*** 눈길 끄는 장면들은…

○… '슈렉' 에서 기술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인물의 움직임 표현. 뼈.근육.피부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등장인물의 동작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괴물 슈렉의 이중턱이 움직이는 것이나 피오나 공주가 입은 벨벳 드레스의 주름이 공주의 몸짓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 등이 좋은 예다. 특히 곤충.로봇 등이 아니라 인간 캐릭터를 어색하지 않게 처리한 것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슈렉이 진흙으로 샤워하는 장면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담당한 PDI스튜디오가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FLU' (Fluid Animation System) 를 사용했다. 진흙.용암 등 점액질이 등장하는 장면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였다.

○…피오나 공주는 목소리 연기를 한 카메론 디아즈와 생김새가 흡사하다는 평. 디아즈는 편집 필름을 보다가 "저건 나야! 내 영혼을 훔쳐갔어!" 라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원래 더 닮았었지만 슈렉.당나귀 등 다른 캐릭터들과 균형을 고려해 수정했다. 작업에 참여한 2백75명의 애니메이터 중 10%에 해당하는 인력이 피오나에 매달렸다.

○…슈렉 목소리 역의 마이크 마이어스는 '오스틴 파워2' 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그는 녹음을 완료한 뒤 돌연 "스코틀랜드 액센트로 다시 녹음하겠다" 고 고집해 드림웍스는 추가로 4백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야 했다. 그의 독특한 억양은 슈렉에게 색다른 매력을 불어넣었고,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는 매우 만족해했다는 후문이다.